일자리가 곧 지역 경쟁력인 요즘, 장기 침체에 빠졌던 K-조선의 부활은 거제시민들에게 가뭄속의 '단비'처럼 반가웠고 기대 또한 넘쳤다.
그러나 부활한 조선 경기의 체감 온기는 거제시민들에게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사실상 지역 경기는 밑바닥을 헤매고 되살아날 기미조차 없다. 덩달아 휴·폐업이 속출하고 곳곳에서 '힘들다'는 아우성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렵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이들이 바로 지역 경제의 '버팀목'인 소상공인들이다.
앞서 정부에선 지난 7월3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73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정책금융 문턱을 낮추기 위한 노력과 전통시장 및 내수 활성화를 위해 '소상공인정책정보 원스톱 플랫폼'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거제지역 원스톱 플랫폼을 중심으로 통영·고성까지 아우르는 관련 정책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통영센터가 최일선에서 도맡아 처리한다.
통영센터에선 소상공인정책자금, 온누리상품권 등 소상공인과 뗄 수 없는 정책을 수행중이다. 다만, 아쉽게도 '통영센터'라는 이름 때문에 거제지역 소상공인들이 지원 대상임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설립된 준정부기관이다. 1999년 2월 전국 13곳의 지방중소기업청 운영과 함께 출발한 소상공인지원센터가 모체다.
이후 2014년 1월 소상공인법에 의해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이 통합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 출범했다. 현재 대전에 본부를 두고, 전국 77곳에 지역센터를 운영중이다.
일본 쪽에 가까워진 태풍 탓에 폭염이 주춤하고 후덥지근한 바람이 꽤 부는 29일 오후. 지역 소상공인의 지원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거제시 소상공인연합회 안종일 센터장(드론스토리 대표)과 함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통영센터를 찾았다.
통영시 광도면 죽림1로 73, 3층에 자리잡은 통영센터에는 김미교(54) 센터장과 4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동의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다 2007년 1월 경력직으로 공단에 들어왔다. 부산 동부센터장을 거쳐 올해 1월 통영센터장으로 부임했다.
시원시원한 워딩에 밝은 표정의 김 센터장을 통해 소진공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거제지역에 소상공인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은 어떤 게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
- '소상공인정책정보 원스톱 플랫폼'이란 무엇이며 추구하는 방향은 ?
73대책에서 전국 77개 소진공 내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각 부처별 소상공인 정책정보를 통합해 안내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여기서 강조하는 부분은 '몰라서 못 받는 소상공인이 없게 하자'입니다.
이에 우리 센터에서는 관할 지자체 협업과 센터에서 보유한 연락망을 통해 종합대책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고맙게도 거제시소상공인연합회에서 이에 적극 호응해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하고, 연합회 소속 여성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73대책과 관련해 안내책자가 필요하시면 인터넷 사이트(www.sbiz24.kr)를 방문해주시거나, 실물책자는 소진공 통영센터나 거제시 소상공인연합회 방문하면 비치하고 있습니다.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주요 사업은 ?
소상공인의 생애주기별에 따라 단계별 지원을 하고, 어려울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동반자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금융비용을 낮추기 위한 자금지원, 교육과 컨설팅, 전통시장 활성화 등이 있으며 혹시라도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는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이 있습니다.
우리 센터로 많이 문의하는 것은 아무래도 정책자금 지원인데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대출, 보증 대출, 최근 티몬 위메프 사태처럼 긴급한 상황이 생긴 경우 자금을 지원합니다.
두 번째, 교육 및 컨설팅으로 경영, 마케팅, 회계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현장에서의 목소리가 소상공인 지원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눈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전통시장 활성화로 전통시장 내 상품을 배송할 수 있게 하거나, 상인회 조직 운영 지원, 화재안전을 지원하고 있고, 문화축제 행사를 지원 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재기를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예를 들면 폐업 점포 철거비를 지원하거나, 취업하시는 분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등 재기 발판이 되는 사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다보니, 두서 없이 말을 하게되는 데(웃음), 우리 센터의 문턱은 낮으니 찾아오시면 상황에 맞게 잘 설명드리겠습니다.
- 이것 하나만은 꼭 알아뒀으면 하는 사업이 있다면 ?
충전식온누리상품권, 전기요금특별지원, 대환대출 등 많은 사업들이 떠오르지만, 저는 충전식 온누리상품권을 꼽고 싶어요.
지역사랑상품권이 범용성이 높은 건 맞지만 매번 구매하기 어려운 반면에 충전식 온누리상품권의 경우 월 200만원까지 구매가 가능하고 10%는 할인까지 됩니다.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율도 40%는 덤이구요
방식도 매우 간단한데, 앱을 다운받고 자주 사용하는 신용카드를 등록한 뒤 온누리상품권을 미리 충전을 해놓으시면 신용카드 결제할 때 온누리상품권으로 우선 결제가 됩니다. 카드사 실적도 인정이 되니 일석삼조인 거죠.
거제지역에는 고현시장, 한라프라자. 장평종합시장(장평상가), 거제읍내시장, 거제옥수시장, 옥수동새시장, 옥포국제시장, 옥현시장, 장승포 신부시장 등 9곳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73대책 때 같이 발표된 내용으로 하반기부터 온누리 상품권 가맹 제한업종을 기존 40종에서 28종으로 축소해 전통시장 안에 있는 병원(한방·치과), 동물병원, 노래방, 법무·회계·세무 서비스 등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게 추진할 예정입니다.
충전식 온누리상품권이 안되는 곳에는 거제지역사랑상품권으로 내수시장 활성화에 앞장섰으면 합니다.
- 상담한 소상공인 중에 기억에 남는 사례는 ?
최근이었는데, 거제지역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남자 사장님이셨어요. 당시 세금 체납이 꽤 많았는데, 이 경우 정책자금 대상이 안돼서 돌려보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센터 문을 쾅 하면서 열고 들어오시더니 "나 기억하냐. 세금을 납부했다"면서 "이제 대출되냐"고 물어보셨어요.
73대책으로 나온 상환유예 제도 신청을 도와드리면서 이야기를 해보니, 성격상 도움을 요청하는 걸 말하는 걸 싫어하는 분이었고, 그 때 방안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크게 고마웠다고 하시더라구요.
또 한 분이 더 생각이 나는데, 요즘 길거리에 정책자금 2% 최대 2억 원 이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많이 보셨을 건데, 이는 흔히 말하는 정부정책자금 브로커라고 부르는 업체거든요.
이 업체에 피해를 본 치킨집 사장님 이셨는데, 저희가 현장실사를 나가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브로커의 존재를 알게 됐고 정책자금 신청을 반려했어요. 그러자 브로커 업체가 사장님을 대상으로 업무방해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사장님은 사색이 돼 찾아왔길래 대한법률구조공단으로 안내한 적이 있습니다.
- 거제시민들에게 당부 하고픈 말은 ?
거가대교를 통해 거제로 넘어오면서 짙은 해무를 만난 적 있었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 속에서 운전 중인 제 자동차 불빛만을 의지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 그 막막함과 무서움이 컸습니다. 그때 마침 앞 차의 후미등, 비상깜빡이가 보이더라구요. 그 순간 어찌나 반가운지..(웃음)
아마, 최근 거제지역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그 안개 속에 저와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선업이 살아났다고 여기저기서 이야기는 나오는 데 체감하기는 어렵고, 이 업을 계속해야하는 지 막막함이 클 거 같아요
센터가 있는 곳이 거제가 아니라서 조금 멀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통영시외터미널과 15분 거리라 그리 멀지 않으니 언제든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를 포함한 우리 직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소상공인들이 장사가 잘돼 센터를 찾지 않는 것이지만, 현실이 어디 그렀습니까.
그래도 지역 소상공인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어려움을 같이 고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었으면 합니다.
<29일 오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통영센터 사무실에서 김미교 센터장과 거제저널 서영천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는 거제시 소상공인연합회 안종일 민원지원센터장이 함께 자리했다> |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