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새 잠 한숨 못자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제 결단으로 의회가 정상화 된다면..."
거제시의회가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싸고 두 달이 넘게 파행 중인 가운데, 여당과 무소속 지지로 의회운영위원장에 당선된 양태석 의원(무소속)이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양 의원은 2일 오전 거제저널과 통화에서 "며칠동안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고뇌를 거듭한 끝에 이제 결단을 내릴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양 의원은 2일 오전 신금자 의장과 면담을 마치고 사퇴 의사 표명을 준비중에 있다. 이날 오전 10시에는 민주당 의원들의 '의회 파행'에 대한 기자회견과 오전 11시 거제경실련의 기자회견이 각각 예정돼 있다.
양 의원의 사퇴가 정상 이행된다면 꽉 막힌 거제시의회 파행을 수습할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양 의원은 '사퇴 의사'는 이미 지난 주 중반부터 감지됐다. 그는 거제저널을 비롯해 주변에 의회 사태 해결을 위해 많은 조언을 들었다고 스스로 말해왔다.
특히 지난 1일과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을 언급하며 "꼬이고 꼬인 마지막 실타래를 푸는 심정으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알렉산더 대왕이 단칼에 끊어버렸듯, 부디 제 마음을 받아 시민만 바라보고 결단을 해 달라"고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오로지 시의회 정상화와 거제시민을 위한 마음을 담아 '사즉생'의 각오로 결단을 내린다"며 "다음 조건을 양당에서 받아준다면 의회운영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적은 글을 올렸다 다시 게시하기를 반복하는 고민이 엿보였다.
다만, 그는 민주당 의원들의 단식 중단과 의원 직접 선거를 통해 결정된 운영위원장 직은 국민의힘이 맡고, 남은 행정복지위원장과 경제관광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맡는 조건을 달았다.
다소 걸림돌 여지가 있는 '운영위원장은 국민의힘'라는 조건은 양당 대표단이 마음을 열어놓고 지혜롭게 타협한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해 보인다.
<양태석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갈무리> |
앞서 국민의힘 김선민 의원은 지난달 26일 의회 파행 장기화에도 사태 해결에 아무런 역할을 못 한 데 대한 사죄의 의미로 여야 합의에 의한 정상화를 요구하며 단식 중이다.
또 민주당 의원들도 지난달 28일 치러진 의회운영원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출신인 무소속 양 의원이 당선되자 여당이 또다시 합의를 깼다며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당시 여야는 의회운영위원장과 행정복지위원장은 민주당이 추천하는 의원으로 선출하고 경제관광위원회는 양 당이 추천하는 후보를 놓고 경선하기로 전날 합의했다.
하지만 투표 결과 양 의원이 9표를 득표해 당선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한은진 의원은 6표에 그쳤다. 국민의힘이 전날 합의를 깨고 무소속 양 의원에 표를 몰아줬기 때문이다.
결국 회의장은 한순간에 손가락질과 고성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돼 버렸고 다시 거제시의회 시계는 멈춰섰다.
한편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BC 800년 전 고대 국가인 프리기아의 왕 고르디우스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고르디우스는 자신의 마차를 제우스 신전에 봉안한 뒤 복잡한 매듭으로 묶어두곤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의 왕이 되리라는 예언을 남긴다.
이에 매듭을 풀기 위해 수많은 영웅이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수백년 후 프리지아 원정에 나선 알렉산더(Alexander) 대왕이 칼로 매듭을 잘라 버리고 아시아를 정복하게 된다는 얘기를 담고 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