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 전 동거남이 살해 후 옥탑방 창문 밑 암매장...지역언론 철저히 배제 "언론브리핑 왜 경남경찰청서 하나"
거제시 고현동 한 원룸 옥상에서 숨진지 16년이 된 40대 여성 시신이 콘크리트에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거제경찰서(서장 김상호 총경)는 2008년 10월께 거제시 고현동 원룸 3층 옥탑방에서 40대(사망 당시 30대) 동거녀 A씨와 말다툼 끝에 둔기로 살해 후 창문 밑 좁은 베란다에 암매장한 50대(당시 40대) 남성 B씨를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지난 21일 구속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점심시간 무렵 거제시 고현동 한 3층짜리 원룸 옥탑방 창문 밑 좁은 베란다에서 콘크리트에 뒤덮힌 채 암매장된 A씨 시신이 방수공사를 하던 업자에 의해 발견됐다.
A씨 시신을 최초 발견한 공사업자는 건물주 의뢰를 받아 방수공사 도중 옥탑방 창문 아래에 방수페인트(녹색)로 두툼하게 덧씌워진 부분을 전동드릴로 파헤치다 여행용 가방속에서 나온 시신의 발(足)을 발견하고 신고했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원룸 3층 옥탑방 옆 폭 40㎝가량의 기다랗고 좁은 공간이다. 이곳은 옥탑방 창문을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한 폐쇄된 곳이다.
A씨 시신은 사망한지 16년이 됐으나, 시멘트에 묻혀 수분만 빠진 시랍화(屍蠟化:시체의 중성 지방이 효소에 의해 가수 분해돼 비누와 같은 밀랍이 형성된 사후 현상) 수준에 가까웠다. 당시 그가 입었던 옷가지와 골격 등 신체형태는 물론, 지문까지 확인될 정도였다.
경찰은 시신 발견 다음날 양산시 소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과학수사연구소로 A씨 시신을 옮겨 법의(法醫·의학적, 과학적 정보와 지식으로 범죄수사에 도움을 주는 의사) 집도로 부검을 진행했다.
통상 국과수 부검 결과 회신은 한달 안팎이 걸린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의 긴급성과 중대성을 감안해 국과수에 독촉해 빠른 시일에 부검 결과를 통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범인 B씨를 추석연휴 직후인 지난 19일 오후 양산시내 거주지에서 체포, 거제서로 압송·조사 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지난 21일 통영지원에서 열린 B씨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영장을 발부받아 거제경찰서 유치장에 구속·수감했다.
동거남 B씨는 경찰조사에서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대체로 시인하고, 시신 암매장 과정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유대관계가 느슨했던 숨진 A씨 가족들은 연락이 두절된 3년 뒤에야 실종 신고를 했다. 이에 따라 2011년 경찰의 실종 수사가 진행되고 동거남 B씨도 불러 조사를 했다.
그러나 '헤어져 연락이 끊겼다'고 둘러댄 B씨 말을 그대로 믿고 별다른 물적 증거도 없자 미제사건으로 처리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수사 소홀'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A씨 시신 발견 직후 거제저널은 원룸 인근에 사는 복수의 지인과 독자로부터 제보를 받아 사건 전반에 대한 취재에 들어갔다.
하지만 거제경찰서는 관련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상부에서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며 "조만간 전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밝힐 것"이라며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했다.
거제저널은 검토를 거쳐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언론 브리핑 시점까지 보도를 유예해 왔다.
이번 사건은 지역에서 16년간 묻혀 있다가 민간에 의해 우연찮게 드러난 이른바 '암수 살인' 범죄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뒷 과정을 수습만 했지 별다른 역할을 한 것도 없다.
특히 시신 발견 당시는 물론, 지금도 내용이 와전되거나 왜곡된 소문이 지역에 떠돌면서 민심도 흉흉하다. 협력단체 등에선 왜 경찰이 올바른 치안 정보를 정작 지역주민들에겐 공개하지 않느냐는 불만도 나온다.
실제 시신 발견 현장 취재 당시 만난 인근 한 식당 관계자는 "처음엔 동물 사체가 나왔다고 주변에 소문이 났는데...사실 많이 불안하다"면서 "지역에서 살인 암매장 사건이 났는데도 왜 신문에는 안 나오느냐"고 오히려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성격에 비추어 달리 '피의사실공표죄' 우려나 논란의 여지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경찰은 중앙언론 등을 불러모아 성과 과시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반면, 애초부터 이 사건 전반을 잘 아는 지역언론(거제저널)의 취재엔 '관계자 피해 가능성' 등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갖다대며 지극히 폐쇄적인 태도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경남경찰청과 거제경찰서는 23일 오전 10시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관할 거제서가 아닌, 경남청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례적이며, 이 역시 거제지역 언론에는 알리지 않았다.
한편, 살인죄 공소시효는 200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에 따라 15년에서 25년으로 연장돼 범인 B씨에 대한 처벌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사체은닉죄는 공소시효 7년으로 처벌이 불가하다.
※기사 추가(9.24)→지난 23일 오전 10시 경찰은 언론브리핑을 통해 범인 B씨는 2008년 10월10일 오후 2~3시께 4년간 동거중이던 A씨와 말다툼 중 홧김에 사발(그릇) 종류 둔기로 때려 살해 후 여행용 가방(캐리어)에 시신을 넣어 원룸 옥탑방 창문 아래에 암매장 했다고 밝혔다.
그후에도 B씨는 2016년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되기까지 8년간 이곳 옥탑방에 그대로 거주했던 엽기적인 행각이 드러났다.
2017년 교도소 출소 후 B씨는 거처를 양산시로 옮겨 체포 직전까지 거주했다. 그는 체포 당시 필로폰 투약 양성 반응이 나와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위반' 혐의도 추가됐다.
<9월23일 오전 경남경찰청과 거제경찰서가 주관한 '언론브리핑'에서 경찰이 공개한 3층 원룸 옥탑방 창문 밑 시신 발견 현장> |
<숨진 A씨와 B씨가 동거했던 옥탑방 뒷쪽 창문과 시신 발견 장소> |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