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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행복 투어를 시작하며

기사승인 2014.06.30  1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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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성진/ 변호사

최근 장평의 한 어르신과의 법률상담내용이다

‘서울 사람한테 땅을 20억 원에 팔았는데 계약금 2억원만 주고 중도금기일이 1년이나 지났는데 지금 와서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하는데 줘야합니까?’
‘상대방이 명백히 계약을 위반하였으므로 계약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습니다.’
‘중간에 소개한 사람이 동네 후배인데 하도 간청을 하기에 1억원만 돌려주겠다고 구두 약속을 했는데도 그렇습니까?’
‘그래도 한 푼도 안 돌려주어도 됩니다. 1억 원을 돌려주기로 한 약속은 일종의 증여의 의사표시인데도 구두로 한 증여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약금을 안돌려주면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데 이 사건을 맡아 주었으면 합니다.’
‘아직 그럴 필요 없습니다. 실제로 문제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됩니다.’

사업을 하는 청년실업가와의 상담내용이다.

‘오늘 재판장님이 국선변호인을 지정받을 것인지, 사선변호인을 선임할 것인지를 결정하라고 해서 찾아 왔습니다.’
‘공소장을 보니 사기전과가 2번이나 있고 돈 1억 원을 빌리고도 한 푼도 갚지 못한데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속인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인정합니까?’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사선변호인을 선임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선변호인에게 맡겼다가는 법정구속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만 사선변호인을 선임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이 범죄는 결국 돈 때문에 생긴 것인데 피해자에게 한 푼도 갚지 못한 상태에서 몇 백 만원을 들여 변호사를 산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습니까? 오히려 피해자의 원성만 커지고 재판부에서도 좋게 볼 리 없지 않겠습니까?’

나는 요즘 부쩍 법률상담을 할 때마다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데 의아한 점은  실제로 사건을 맡아 승소했을 때 보다 사건을 맡아 달라고 찾아온 의뢰인에게 위 상담사례처럼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없으니 그냥 돌아가라’고 할 때 더한 보람을 느낀다는 점이다. 나를 돌아보건대 부끄럽게도 나는 결코 자기희생적 봉사의 삶을 살아왔다고 할 처지가 못 된다. 그런 내가 왜 이기적인 행동을 했을 때보다 위와 같이 이타적인 행동을 했을 때 더 행복감을 느끼는 것일까? 나의 이러한 의문점은 최근 한권의 책을 읽고 명쾌하게 풀렸다.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기존 행복학자들의 관념론적 접근 방식에서 탈피, 철저히 진화생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결론은 행복은 흔히 알듯이 ‘생존의 목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지난 600만년간의 진화의 산물인 인간의 뇌는 ‘생존지침서’인데, 모든 생명체가 지향하는바 생존에 도움을 주는 행위에 대한 뇌의 칭찬이 쾌감(=행복감)이며, 생존에 방해가 되는 행위에 대한 뇌의 경고가 불쾌감(=불행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연이은 실패 끝에 겨우 한 달 만에 사냥에 성공한 원시인이 당장의 포식욕구에도 불구하고 포획한 사냥감을 믿을 만한 이웃에게 나누어 줄 때 행복감을 느끼는데 그 행복감은 당장의 포식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상실감을 대체해주는 뇌의 보상이라는 것이다.

현대인의 뇌도 원시인의 뇌와 99% 똑같은데 우리는 그런 조상의 DNA를 물려받은 후손이며 그래서 현대인도 원시인과 마찬가지로 이타적인 행위를 했을 때 더한 행복감을 느끼도록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결코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 책은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우선 나를 포함한 모든 현대인이 이타적인 행동을 했을 때 행복감을 느끼도록 진화해 온 훌륭한 원시인의 자손이라는 점을 명쾌하게 설파한다. 그런 이타적인 행동이 원시시대의 척박한 생존환경을 헤쳐 나가는데 도움이 되었고 그래서 그 사실을 우리도 모르게 기억하고 있는 우리의 뇌가 그에 대한 보상으로 우리에게 주는 칭찬이 행복감이라니 이 얼마나 놀랍고도 멋진 일인가! 

나는 이제 행복을 찾아 본격적인 투어에 나서려 한다.

세상의 모든 법률적 사건은 그냥 놔두어도 아무문제가 없는 경우,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로 안 되는 경우,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경우 해결될 수도 있는 경우로 삼분된다. 나는 그동안의 법조경력을 통하여 세상의 거의 모든 법률문제에 대한 진단능력(해결능력이 아니다!)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된 것을 자랑스럽고도 고맙게 생각한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낫다’는 말은 건강문제 뿐만 아니라 법률문제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바람직한 의사의 역할이 정확한 진단을 통하여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라면, 올바른 법률가의 역할 또한 시민들의 법률적 고민을 직접 들어보고 이것이 건강으로 치면 단순한 감기인지(가만히 그대로 두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건인지), 폐암말기인지(아무리 비싼 변호사를 사도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인지), 아니면 폐렴인지(법률적 조언과 대처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인지)를 정확히 진단하여 그에 따른 처방을 해주는 것이라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법률지식이 부족한 우리 거제시민들이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도 그런 줄 모른 채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고민하거나, 아무리해도 소용없는 것을 붙들고 비용과 노력을 헛되이 쓰는 일이 없도록 내 나름의 진단과 처방으로 그들의 법률적 고민해결에 다소나마 도움을 주는 것을 필생(畢生)의 업으로 삼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찾아가는 법률서버스’가 그 첫걸음이다.  시민 여러분, 부디 저의 행복투어에 많이 동참해주시기를!

거제나우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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