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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50대 여성 살해사건… 추측성 언론보도, 너무 나갔다

기사승인 2018.11.05  15: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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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뉴스 따라잡기' 화면 갈무리>

지난달 4일 거제시 고현동 구 미남크루즈 선착장 인근 노상에서 20대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해 숨진 50대 후반 여성 사망사건을 놓고 일부 언론보도가 '너무 나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인(故人)의 명예와 관련된 내밀한 얘기를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하고, 가정사 등을 사실과 전혀 다르게 언급하는가하면, 행정에서 고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경찰이 늑장 출동해 사건을 키웠다는 등 추측성 보도가 연 이어 나오고 있다.

또, 평소 고인이 어렵게 살 때는 눈길 한번 안주다가, 억울하게 숨진 사실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전국적인 괸삼과 주목을 받게되자, ‘보여주기’식으로 비춰지는 추모 움직임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4일 새벽 2시36분(CCTV 촬영기록)에 발생했다. 경찰은 이 사건 최초 신고가 4일 오전 3시3분께 장평지구대로 1차 접수돼 곧 바로 관할 신현지구대로 공조출동, 통보됐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 3시6분께 거제소방서 119에 2차 신고된 걸로 나타났다.

경찰은 사건현장에 5분만에 도착해 신고자로부터 가해자 A(20)씨의 신병을 인수하고, 곧 이어 도착한 119구조대는 처참한 상태인 고인을 수습해 병원으로 즉시 후송했다.

하지만 고인은 병원 치료 도중, 5시간 만인 이날 오전 8시께 ‘뇌경막하출혈’ 등으로 안타깝게 숨을 거두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당시 상황이 폭행에 의한 ‘성범죄’ 가능성을 추정하고 거제경찰서 형사당직과 여청수사팀에도 즉시 지원을 요청했다.

취재결과, 경찰은 사건현장에서 신고자 등으로부터 가해자 A씨 신병을 인계받아 오전 3시11분께 ‘현행범인수서’를 작성한 걸로 나와 있다. 이후 상급관서인 경남지방경찰청에 사건내용을 보고를 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전개했다.

경찰은 사건 다음날인 5일 오전 고인의 시신을 양산 국립과학수사원 부산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겨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부검에 들어갔다.

가해자 A씨는 이날 오전 통영지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지난달 11일 검찰에 송치됐다. A씨의 첫 공판은 오는 29일로 정해졌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일부 언론은 '살인죄가 처음부터 명백한데도 경찰이 상해치사로 축소 수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거나 '20여일간 쉬쉬하다 부실수사 의혹이 커지자 뒤늦게 공개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경·검 수사단계에서의 상해치사와 살인죄 적용 논란은, 논란 그 자체일 뿐이다. '디지텔 포렌식'을 통해 가해자가 인터넷 검색을 한 게 살인죄의 고의로 확정될지 여부는 앞으로 재판을 거쳐 자연스럽게 정리 될 부분이다.

가해자를 살인죄로 재판에 넘긴 검찰 역시 “경찰수사 단계에서 상해치사죄로 봤으나, 검찰의 수사를 거쳐 살인죄로 바뀐 건 잘못된 게 아니다”며 “앞으로 재판을 통해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정 방송사는 ‘고인의 장례를 제대로 치렀는지 의심이 간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경찰은 부검이 끝난 후 부산에 사는 고인의 언니에게 시신을 인계했다. 추모객이 적어 쓸쓸했지만 거제백병원에서 정상적인 절차로 장례를 치른 후 화장을 거쳐 부산 언니가 다니는 절 주변에 산골(散骨) 한 걸로 확인됐다. 고인의 바로 위 언니는 현재 거제시 연초면 모 처에 살고 있다.

몇몇 인터넷언론은 '경찰이 고인을 노숙자로 표현하고 폐지를 주워 왔다는 식으로 폄훼했다'고 비판했다. 고인이 숨지기 직전까지 사건현장 주변에서 날씨가 따뜻할 때는 가끔 자기도 했고 종종 폐지를 주웠으며 주변 청소를 해온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함께 상당수 중앙언론사는 ‘고인이 남편과 자식을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나보낸 후 외롭게 혼자 살아왔다’고 전하면서 '행정에서 이런 고인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고 단정적으로 보도 했다.

고인은 한때 결혼은 했으나 아주 오래전에 남편과 헤어졌을 뿐이며 자식은 없다. 또 행정에서 보호하지 않은게 아니라, 1996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거제시 희망복지담당에서 주거지원 등 사례관리를 계속해 왔다.

평소 타인의 간섭이나 행정의 케어(care)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고인은, 몇년전부터 언니 집에 주민등록만 해 놓은채 사건현장 주변 소파나 지인의 거처에서 주로 생활해 온 걸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고현시장 상인들이나 일부 시민들은 고인이 평소 특이한 옷차림이나 얼굴 화장을 하고 다녀 그를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고인은 심성이 착하고 아는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는 등, 외롭지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와 함께, 아무 죄도 없이 무참히 숨져간 그의 억울한 영혼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건 좋지만, 차분하고 자발적으로 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고현동 주민 B(59)씨는 “일부 지역정치권 인사와 이름깨나 있는 사람들이 추모공간을 마련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자랑하듯 보도자료를 내거나 SNS로 떠들썩하게 알리고, 방송 인터뷰에 얼굴을 드러내는 모습은 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물론 가해자가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 등을 주장해 정상참작을 받아서는 안되며, 이를 엄벌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은 우리 사회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매우 합당하다.

그러나 사회적 공기(公器)인 언론이 '특종' '단독'을 앞세워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도 않고 추측성 보도를 마구 쏟아내는 건 너무 무책임해 보인다.

또, 행정과 경찰의 사소한 오류까지 크게 부각시켜 의도적으로 몰아가는 듯한 논조(論調)는 사건의 본질을 벗어났고, 고인이나 유족에 대한 예의에도 어긋난다.

유족들도 이번 사건의 가해자가 정해진 법에 따라 엄벌을 받기를 바라지만, 지나치게 고인 생전의 과거사를 들춰내고 사실과 동떨어진 소문이 더 이상 확산되는 걸 원치 않는 걸로 알려졌다.

다만, 사건현장 주변이 수년전 유람선사가 떠난 이후 방치돼 너무 어둡다거나, 시청 통합관제센터에서 30분간 이어진 폭행 장면을 포착하지 못했다는 등의 일부 지적은 행정이나 경찰이 지역사회 안전시스템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나아가,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사회 구성원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될 것이다.

<KBS2 '뉴스 따라잡기' 화면 갈무리>
<KBS2 '뉴스 따라잡기' 화면 갈무리>
<KBS2 '뉴스 따라잡기' 화면 갈무리>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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