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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다시 소환한 '저도의 추억'

기사승인 2019.10.08  17: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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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희 / 부산일보 지역사회부장

추억은 아름답다. 모든 기억이 아름다울 수는 없지만, 특히 추억이라 명명된 것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기억하고 싶은 과거라서 그렇다.

경남 거제 저도가 47년 만에 민간에 개방됐다. 1972년 대통령의 바다 별장이란 이름인 ‘청해대’로 지정되면서 민간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 이후 처음이다.

금단의 섬 47년 만에 민간 개방,

더뎠지만 국민에게는 귀한 선물,

우리 사회 일부 계층 누렸던 특권,

이제는 기꺼이 내려놓고 반성해야,

저도는 실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 일제가 살던 주민들을 쫓아내고 군사기지를 만들면서 금단의 섬이 되었다. 이후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하계 휴양지로 사용되었고,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이 청해대로 지정하면서 그나마 살던 주민들은 전부 떠나야 했다.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 들어 ‘청해대’를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했지만, 관리권은 여전히 국방부가 쥐고 있었다. 이후로도 저도는 대통령의 휴가지로 계속 사용되었다.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당선 첫해 저도를 방문해 백사장에 다섯 글자를 새긴다. ‘저도의 추억’이다. 38년 전 아버지를 소환한 이 사진은 극적인 ‘추억 정치’의 소재로 제대로 활용되었다.

저도는 47년 동안 감히 민간인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지만, 기자 초년병 시절인 20여 년 전 ‘저도의 추억’을 쌓은 적이 있다. 낚시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던 한 선배 기자가 모처럼 기회가 생겼는데 저도에 같이 가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1박 2일의 입도 허가를 얻은 후 진해 어떤 항구에서 해군 군함을 탔다. 당시 저도는 대통령의 별장이었지만, 평상시에는 해군과 그 가족의 휴양시설로도 활용한 모양이었다. 명색은 기자단 방문이었지만, 실은 해군 가족 자격으로 들어간 편법이었다.

함정 위에는 대부분 민간인이었다. 그 사람들 모두가 해군 가족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감히 누구나 갈 수 없는 ‘금단의 섬’에 방문하는 것은 묘한 특권의식에 동류의식도 발동했다. 섬에서는 군인 막사를 개조한 숙소에서 지내며 백사장에서 해수욕도 하고, 갯바위에서 낚시도 했다. 그 뒤 오랫동안 신문 지상에 ‘대통령이 저도에서 휴가를 보냈다’란 뉴스를 접하게 되면 ‘저기 나도 가 봤어’ 하는 일종의 특권에 관한 추억이 스멀스멀 돋아올랐다.

기자 신분으로 저도를 방문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저도 주민이나 저도가 속한 거제시 장목면 주민들은 정작 저도에 갈 수 없었다. 이들은 30년 넘게 저도 반환 운동을 벌여 왔다. 반환 운동 덕분인지 최종적으로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운동 당시 저도의 관리권을 국방부에서 지방자치단체(거제시)로 되돌려 놓겠다고 약속하면서 개방을 앞당겼다.

하지만 이도 여의치 않았다. 국방부가 대체 기지를 요구하면서 전면적인 민간 반환 논의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국방부와 지자체는 평행선을 달리다가 1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거쳐 이번에 1년간 시범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섬 대부분의 시설은 엄격히 제한한 상태로 말이다.

이즈음에서 특권에 대해 생각한다. 특히 시류를 달구는 검찰의 권한에 대해 곱씹어 본다. 한국의 검찰은 기소 권한과 수사 지휘권 등에서 OECD 어떤 국가보다도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런 무소불위의 권한은 일제강점기 조선인을 강력하게 통제하기 위해 만든 권한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남들이 가질 수 없는 특권은 달콤하지만, 그것이 결코 옳은 것은 아니다. 혼자서 북 치고(수사권) 장구 치는(기소권) 것은 정상이 아니다.

주말마다 서울 강남 서초동 거리가 뜨겁다. 상황을 보는 저마다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독점한 권력은 절대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을 최근의 역사를 통해 우리 국민은 잘 알고 있다.

저도의 마지막 주민이었던 여든네 살의 거제 윤연순 할머니는 “내 살아생전 저도가 국민들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저도가 47년 동안 대통령과 그 측근, 해군과 그 가족, 일부 언론인 등의 것이었지만, 조만간 온전하게 국민의 품에 돌아올 것을 믿는다.

그렇다. 특권과 독점은 반드시 해체되어야 한다. 그것이 역사의 합법칙성이다. <이 칼럼은 필자의 승낙을 받아 게재했습니다>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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