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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역지사지(易地思之) !

기사승인 2019.12.12  17: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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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천 / 거제저널 대표기자

한때 거제·통영·고성은 국회의원 선거구가 같을 정도로 일체감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제대로 살펴보면 거제와 통영·고성은 각기 다른 역사성과 함께 주민들의 기질이나 정서까지 별로 닮은 데가 없다.

과거 모두가 어렵던 시절 거제 사등이나 둔덕 등 동남부권 주민들은 뱃길을 통해 가까운 ‘진남(통영의 옛 지명) 장에 간다’는 말이 매우 익숙했다. 직접 지은 농작물은 물론, 장작 등 땔감을 달구지와 도선에 옮겨 실어가면서 좀 더 높은 값을 받기 위해 통영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뿐만 아니다. 거제에서 어중간히 공부깨나 하고 살기가 좀 나으면 애들을 통영의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보냈다. 그러니 통영에는 거제와 고성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몰려들면서 도시 성장에 힘을 보탰다.

3개 지자체는 조선업 호황으로 ‘IMF 구제금융’ 시기도 무사히 넘길만큼 한참 재미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다르다. 조선업 침체가 몰고 온 여파는 도시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트릴만큼 길고 깊어졌다. 요즘 3곳은 너나할 것 없이 기나긴 현대판 ‘보릿고개’를 지내고 있다.

그런데 통영 주민 일부는 아직도 거제와 고성을 변방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물론 검찰 법원 세무서 등 대부분의 국가기관이 통영시에 몰려 중심지 역할을 오래 하다보니 그럴만도 하다.

이런 통영 주민들의 인식에 대해 거제 사람들은 곧이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검찰(통영지청)이나 법원(통영지원)에서 취급하는 사건의 절반, 아니 3분의 2 이상이 거제쪽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변호사들의 밥줄이 거제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금은 또 어떤가. 통영세무서가 본서 격이지만 거제지서가 걷는 세금이 통영과 고성의 두 곳을 합한 몇배쯤 된다. 통영세무서장도 서기관이고 부속기관인 거제지서장도 같은 서기관일 정도로 거제쪽 규모와 비중이 크다. 

이 모두가 인구 때문이다. 거제시 인구는 지난 몇년간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조금 줄었지만 아직도 25만명을 유지하고 있다. 통영의 14만, 고성 5만5천명을 합해도 5만명 이상 차이가 난다.

옛 부터 정치인을 빼고는 3개 지자체가 특별한 사안을 두고 다툰 적이 없을 정도로 그럭저럭 잘 지내왔다. 그런데 이런 이웃간에 요즘 약간 미묘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바로 남부내륙고속철도 역사(驛舍) 때문이다.

<출처=경남도 홈페이지>

거제에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남부내륙철도 종착역(시발역)은 통영시 용남면이 유력하다는 ‘설’이 나돌았다. 남부내륙고속철도가 거제까지 안 오고 통영시 용남면이 종착역이라는 거였다.

물론 통영주민들이 그런 말을 퍼트렸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고, 그럴 리가 없다고 믿고 싶다.

결국 발끈한 거제지역 일부 정치인들이 중앙당과 관계부처를 부리나케 찾아다니며 거의 우격다짐 끝에 거제가 고속철도 종착역이자 시발역으로 완전히 굳어지면서 거제 시민들의 어깨에 힘이 실렸다.

반면 통영과 고성은 딱해졌다. 처지가 뒤바뀐 것이다.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통영과 고성 주민들의 기대나 지난 보궐선거에 나온 정치인들의 공약을 보면 두곳 모두 중간 역사가 들어서야 할 형국이다.

하지만 시속 250km 이상으로 달리는 준고속철도의 경우 20km 이내에 역사를 따로 두는 건 어느모로 보나 어렵다. 현재로서는 경남은 진주 역사 한곳만 유력하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KTX연결역인 김천을 제외하고 단 한곳도 중간역이 예정에 없다는 경북도 역사 위치를 놓고 각 지자체 간 내홍을 겪고 있으나, 이는 오로지 2020년 11월까지 이어지는 기술용역 결과에 따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통영, 고성 두 지자체 모두 역사가 없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통영역이 들어서면 고성역은 어림없고, 고성역이 들어서면 통영역도 어려운 형편이다. 두 지자체가 절충점을 찾아 중간 지점에 역사가 들어설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다행히 중간 지점에 역사가 서더라도 통영과 고성주민들은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된다. 지금 거제 주민들이 통영-대전 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서 겪는 그것과 마찬가지다.

또 있다. 통영은 거제에서 추진하다 국토부 승인이 보류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을 자기네들이 유치하겠다고 나선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별다른 진전이 없어 다행이었지만, 당시 안그래도 상처받고 멍든 거제시민들의 가슴을 통영 쪽에서 후벼 팠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2010년 거가대교가 개통된 이후 가장 덕을 많이 본 곳이 통영이라는 거제의 시각도 있다. 물론 거제가 부산과 가장 가까워졌다. 그럼에도 통영은 재빨리 케이블카 등을 개장해 톡톡히 재미 보는 걸 거제 주민들이 시샘하 듯 빗댄 뜻으로 풀이된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이 말은 맹자(孟子)의 이루편(離婁編)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유래됐다. 즉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 거제통영고성을 이끌어 가는 시장 군수들이 모두 같은 정당 소속이 당선됐다. 그러니 노골적으로 싸울 일은 없을 듯 하다.

지금까지 잘 지내온 것처럼 앞으로도 3개 지자체가 서로 협력하고 존중하며 사이좋게 살아갔으면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서 말이다.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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