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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현장을 가다

기사승인 2020.08.29  16: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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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 난리인지...참 불안하네”

“(확진자들이 다녀간) 목욕탕과 식당에 갔었는데 혹시나 해서...”

줄을 선 주민들은 서로 눈인사를 주고받으며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나즈막히 한마디씩 했다.

29일 오전 거제시 장승포초등학교 체육관에 긴급 설치한 워크-스루(walk-through)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체육관 1층 입구에서 마스크와 옷매무새를 다시한번 가다듬었다. 약간 긴장이 됐다. 안내직원이 챙겨주는 방역장갑을 손에 끼고 진단 검체를 채취하는 2층으로 향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서자 체육관 입구에는 주민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무표정한 주민들은 안내직원이 나눠주는 1회용 장갑을 일일이 착용하고 2층으로 올라와 거리를 띄운 채 줄을 섰다. 

어른도 아이도 모두들 말이 없었다. 어린 학생들은 부모가 옆에 있어도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떠나지 않았다. 어떤 아이는 겁을 먹었는지 울상을 짓자 엄마가 한참을 달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래도 곧 의료인들이 시키는대로 인적사항과 간단한 문진표를 작성한 후 검체 채취석으로 가서 진단용 검체를 채취했다. 검사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은 약간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그런데도 방역복을 입은 의료인들은 연신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겨를도 없이 아이들을 달래가며 맡은 일에 집중하는 모습은 자못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거제시 보건소(소장 정기만)는 지난 25일 확진된 26번인 60대 여성에 이어, 앞서 계모임을 가진 60∼70대 여성 3명과 이들과 접촉한 가족들까지 차례로 감염되면서 확진자들이 이용한 식당과 목욕탕을 다닌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이 높다고 판단, 전격적으로 이곳에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더구나 이 학교 긴급돌봄교실을 이용하던 32번 확진자의 손녀인 1학년 7살 여아까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학부모와 교직원들의 불안감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오전 10시부터 12시30분까지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에는 장승포초교 1학년 학생과 교직원 93명을 비롯해 직원 1명이 확진된 거제수협 임직원 및 조합원 70여 명 등 160여 명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

앞서 아주동 등 두곳과 지난 28일 집단 감염이 우려되던 연초면 송정마을에 이어, 이날 네번째 운영중인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에는 거제시보건소 구신숙 건강증진과장과 공중보건의 및 직원 등 15명이 반나절을 근무했다.

변광용 시장도 오전 11시30분께 선별진료소를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고 줄을 선 주민들에게 목례 한 후 한동안 진단검사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12시30분이 넘어 마지막으로 온 듯한 2명의 검체 채취를 마친 후, 구 과장은 방역헬멧을 벗으면서 그때서야 기자를 알아봤다. 화장기 없는 얼굴은 땀으로 얼룩지고 이마에 헬멧 자국이 선명했다.

구 과장은 "직원들이 거의 일주일째 잠도 제대로 못 잤죠. 몸은 무겁고 피곤이 쌓여 파김치가 된 기분"이라면서도 "그래도 우리가 아니면 이 어려운 일을 누가 해내겠느냐"면서 힘없이 웃었다.

‘지금 어떤 기분이냐’고 묻자 그는 "푹 쉬고 싶죠"라면서 "시민들의 마음도 마찬가지겠지만, 제발 코로나가 하루빨리 진정됐으면 좋겠다"는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많이 힘들겠지요. 하지만 모든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를 생활화하고 방역당국이 제시한 방역수칙과 개인위생수칙만 잘 지키면 우리는 분명히 코로나를 물리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장에서 주섬주섬 의료 물품을 챙기는 보건소 직원들을 뒤로 하고 체육관을 나오면서 불현듯 "오늘 여기서는 확진자가 더 이상 나오지 말았으면.."하는 간절한 생각이 들었다.

벽에 붙은 무심한 시계가 12시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참고 : 30일 오전 거제시보건소 확인결과, 이날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통해 검사 받았던 거제수협 직원인 36번 확진자 직장과 관련한 직원 및 조합원 등 77명과 장승포초등학교 1학년인 37번 확진자가 등교했던 긴급돌봄교실 1학년 학생 및 교직원 등 88명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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