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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정부, KDDX 엉터리 평가로 거제 민심 더 이상 농락마라!

기사승인 2020.10.07  15: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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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서영천 / 거제저널 대표기자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2010년 해군에 인도한 우리나라 두번째 이지스함인 율곡 이이함>

'주적심허(做賊心虛)'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뜻이다. 지난달 현대중공업이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짬짜미 의혹이 불거지자 내놓은 해명을 보면서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현대중공업측은 개념설계도 등을 직원이 도촬(盜撮)한 건 맞지만 방사청이 지난 8월 평가한 기본설계에는 활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마치 도둑놈이 "물건을 훔치긴 했는데 돈이 안되더라"는 말로 밖에 안들린다.

한 지상파 방송은 "옛 기무사가 기밀자료를 빼돌린 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를 무려 9번이나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183번이나 소환 조사했다"며 "이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기밀보호법위반 사건"이라고 단정했다.

대우조선해양과 노조는 물론, 거제시민들이 이번 사건에 공분을 느끼고 각 계에서도 불공정을 제기하는 이유는 대략 네가지 관점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3급 비밀인 KDDX 개념설계도 몰래 동영상 촬영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해군 관련자 일부는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이다.

해군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2년 1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KDDX 개념설계를 완성한데 이어, 첨단함형 적용 연구, 스마트기술 적용 연구 등 3대 국책과제를 수행, KDDX의 윤곽을 구체화했다.

이런 가운데 개념설계 공모에서 떨어진 현대중공업의 직원들이 2014년 1월께 3급 비밀인 KDDX 개념설계도를 몰래 동영상 촬영해 문서로 복원한 정황이 드러났다.

2018년 4월 옛 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불시 보안감사를 통해 현대중공업의 비인가 서버에 KDDX 개념설계도를 비롯해 군사기밀 26건이 저장돼 있는 것을 적발했다.

군사기밀 26건 중에는 해군 차기 구축함 KDDX 관련 비밀 2건, 차기 잠수함인 장보고-Ⅲ 비밀 1건, 다목적 훈련 지원정과 훈련함 비밀 각 1건 등 16건이 있었다.

유출 관련 혐의자 25명도 특정했다. 방사청 직원인 전 해군장교 등 3명과 국방기술품질원 직원 등 민간인 10명은 군검찰에, 현대중공업 직원 12명은 울산지검에 각각 송치됐다. 

방위사업청은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KDDX 기본설계 사업 입찰을 공고했고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두 회사의 함정건조 실적과 기술력은 엇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KDDX와 관련해 개념설계를 비롯한 3대 국책과제를 모두 수행한 대우조선해양이 기본설계에서 우위에 있음은 관련 업계에서도 잘아는 사실이다.<거제저널 6월12일자 보도>

그 다음으론, 현대중공업의 입찰참가 허용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다. 왜냐하면 현대중공업의 앞서 행위는 형사범죄일 뿐 아니라, 방위사업법에 따른 청렴서약 위반 또는 국가계약법령상 부정당제재 사유인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정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방사청이 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를 전혀 통제하지 않은 사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자기식별 표식 금지 원칙'까지 위반해 감점 0.1점을 받았다. 이는 노골적으로 평가위원들에게 인수합병 주체인 현대중공업을 알리려고 감점도 불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또, 평가항목 점수 격차가 너무 심해 의도적인 조작 의심이 든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미보유 장비·시설에 대한 대책'과 '유사함정 설계 및 건조 실적' 평가다. 미보유 장비·시설 평가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모두 스마트 함정 설계 및 건조를 위한 장비·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해당 평가항목에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기재했다. 단, 현대중공업은 새로운 장비·시설이 필요할 경우를 가정해 어떻게 하겠다는 설명을 추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평가위원들은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보다 0.1286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는 두 업체의 최종 점수차인 0.0565점에 비해 2배나 높다. 방사청은 이에 대해 해당 항목은 상대평가이므로 구체적인 기재 내용을 참고해 점수 차를 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방사청 내부에서조차 이런 평가는 있을 수 없는 일로 방사청 직원이란 사실이 부끄럽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방사청 해명이 마치 재판을 주재하는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오로지 법관의 양심에 따라 판결) 원칙을 뇌까리는 듯하다.

유사함정 설계 및 건조실적 평가 관련해서도 평가위원들은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보다 0.28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는 두 업체의 최종 점수차인 0.0565점에 비해 5배나 높다. 그런데 최근 5년간 실적을 보면 대우조선해양은 기본설계 9건, 상세설계 10건, 건조 23건으로 현대중공업의 기본설계 7건, 상세설계 8건, 건조 19건보다 오히려 다소 우위에 있다.

따라서 두 업체가 함정설계 및 건조실적 평가에서 현저한 차이가 발생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은 KDDX 개념설계 등 국책과제도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의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마지막으로, 현대중공업이 과거 한국전력 뇌물공여로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받는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도 방사청이 현대중공업에 유리한 평가를 했다는 논란도 있다.

그럼에도 예상을 뒤엎고 KDDX 관련 국책과제를 한 건도 수행하지 않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제치고 0.0565점 차이로 KDDX 기본설계 사업자로 사실상 선정됐다.

방사청은 절차상 위법이 없었고, 현대중공업이 그동안 실적을 KDDX 개발에 어떻게 활용할지 상세히 기술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누가봐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를 놓고 서로 맞장구를 치며 해군-방사청-현대중공업의 죽이 척척 들어맞아 보인다.

물론 대우조선해양도 제안서 평가에 불복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의 확인 등을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해당 사건이 진행 중이다.

아울러 국회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일부 국회의원이 7일부터 열리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주요 사안으로 다루겠다고 약속했으니 일단 지켜 볼 일이다.

본사는 지금껏 이 사건에 대해 10여 차례 관련 보도를 통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뜻있는 거제시민들과 함께 왜 이 사건을 가볍게 보지 않는가? 

알다시피 지난해 1월 산업은행에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전격 발표했다. 당사자인 대우조선해양과 협력사는 물론, 삼성중공업을 포함해 80% 가까이 절대적으로 조선업에 의존해 온 거제시민들도 크게 술렁거렸다.

이후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200여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거제시민대책위의 ‘특혜매각 중단’을 요구하는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EU, 일본 등 세계 주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만약 해외 경쟁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이루어지면 국내 공정위의 형식뿐인 심사를 거칠 것도 없이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현실화 된다.

거제시민을 더욱 분노케 하는 건, 이번 사건이 현대중공업에서 분리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뚜렷한 대책도 없이 정부가 2년이 넘도록 질질 끌고 있는 가운데 불거졌다는 점이다. 그 사이 대우조선해양과 거제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회복하기 힘든 벼랑으로 내몰리고 노동자들은 연일 길거리로 쫓겨나는 형편이다.

굳이 앞서 언급한 몇가지 부당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정부(방사청)가 주도한 KDDX 기본설계 제안서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과연 제대로 작동했는지 거제시민의 한 사람으로 합리적인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만약 말도 안되는 엉터리 논리로 KDDX 사업자를 현대중공업으로 끝내 확정할 경우, 안그래도 동종사 특혜매각에 극력 반대해 온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거제시민들은 입만 열면 '공정'을 외치는 현 정권에 대한 불신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KDDX 사업의 총 사업비는 자그마치 7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 사업을 대우조선해양이 따게 되면 최근 몇 년새 거제 양대 조선소에서는 구경조차 못했던 해양플랜트 8기를 수주하는 것에 버금갈만큼 크나큰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수주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대우조선해양과 수많은 협력사들의 밥줄이 달려있고, 5년이 넘게 경제 파탄에 빠진 거제로서는 회생의 단비와 같은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대우조선해양도 명실공히 방산 분야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향후 매각 과정에도 상당히 유리한 변수로 작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은 없지만, 지금 거제 민심은 조용하게 분노를 삭이고 있다. 막말로 한번 속았지 두 번은 속지 않는다는 심정이다.

잘 모르긴해도 지난 4월 총선에서 거제 시민의 선택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 나아가 다가오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심이 또 어떻게 움직일지 여기서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이 정부가 언제까지 거제 시민의 인내를 시험하고 농락할런지... 깊어지는 노동자들의 한숨과 절규는 또... 거제는 앞으로 어찌해야 되겠는가? <뉴스투데이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일부 인용>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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