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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효] 동효씨, '목피화(木皮畵)에 젖어들다'

기사승인 2020.10.27  15: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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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틈틈이 스쿠버, 수석 등 취미생활은 거의 다해 봤고 봉사활동도 남들만큼 했지만, 나이 60을 넘기면서 아쉽고 채우지 못한 그 무엇이 내 속에 늘 꿈틀거렸죠”

“하루는 회사 쉼터 주변 고목(古木)을 보니 군데군데 벗겨지고 우글쭈글한 껍데기가 눈에 들어왔어요. 보기가 처량했습니다. 나무도 오래되니까 사람처럼 볼품도 없어지고 마치 허물을 벗는 것 같데요”

“그런데 문득 그 볼품이 없는 나무껍데기를 산이나 바위, 섬으로 그림을 만들면 새롭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당장 현장 지게차 후배에게 부탁해 나무껍데기를 좀 떼달라 했지요. 그 후배는 '이걸 도대체 어디 쓸거냐'며 저를 자꾸 이상한 눈으로 쳐다봅디다”

거제의 한 대형조선소에 37년째 재직중인 정동효(60)씨. 퇴직을 눈 앞에 둔 그가 목피화(木皮畵)에 빠지게 된 과정을 찬찬히 설명하며 유쾌하게 웃었다.

흔히 시중에 알려진 ‘목피화’는 나무껍질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정씨가 만드는 목피화는 폼보드 위에 두꺼운 색지를 붙인 후 나무껍질을 주재료, 이끼와 말린 잡풀, 고둥, 게 등을 보조재료로 활용해 접착제로 붙여 다양한 풍경화를 그려낸다.

정씨만의 독특한 목피화가 된 과정도 얘깃거리다. 처음에는 나무껍데기를 이용해 몇가지 구상한 작품을 만들어 지역 미술협회 임원에게 선보였더니 “이건 공예라기보다 그림에 가까우니 목피화로 하자”고 권유했다. 순수 아마추어 입장에서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초기엔 작품을 만들다 몇 번이나 내팽개치기도 했다. 두꺼운 나무껍데기는 커트 칼도 제대로 안먹혀 들었다. 몇 번의 사포질을 거쳐야 겨우 미술재료로 사용할 정도로 지난한 작업과정이었다. 보조재료인 풀이나 고둥, 게는 모두 말리거나 삶아 내용물을 일일이 꺼내는 몇차례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작품 재료가 됐다.

이렇게 나름의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거제시 지도 모양과 해금강, 대·소병대도, 스쿠버를 하면서 심취했던 거제 바닷속 풍경 등을 담은 25점의 작품을 완성했다.

요즘도 퇴근 후에는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직접 만드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간혹 주변 이웃들이나 지인들이 정씨 작품을 보고 신기해하면서 TV 프로에 제보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때마다 정씨는 손사래를 쳤다. 지금껏 순수한 취미로 생각해왔지 남에게 자랑하거나 내보이고 싶은 마음이 별로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거의 전문가 수준이 된 그는 “목피화가 잘알려지지 않아 언뜻 보면 어려워 보이지만 실제 작업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고 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잘 활용하면 아이들이나 치매 노인들 교육용 소재로 적합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정씨는 조만간 회사 퇴직 후 지역의 여성, 장애인 봉사단체 일원으로 참여해 작품 제작과정을 재능 기부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정씨가 퇴직하기를 기다리는 유명 메이커 푸드점을 경영하는 친누님의 뜻을 받아들여 “나중에 푸드점을 열면 그 한켠에 조그마한 작품실을 만들어놓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덤으로 작은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만드는 목피화 작품이 거제만의 차별화된 특산품이 될수 있는지 자문을 구해본 후 가능하다면 그쪽으로 도전해 새로운 봉사에 나설 의향도 갖고 있다”고 기대했다.

“요즘 흔히 100세 시대라고 하죠. 나이 60은 지금껏 살아온 젊은 날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출발점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퇴직을 준비하거나 이미 퇴직한 분들도 무엇이라도 좋으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를 가졌으면 합니다”

<작품 재료>
<작품 재료>
<작업 모습>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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