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최악 보릿고개 맞닥뜨린 '조선 도시' 거제..현장은 이미 칼바람

기사승인 2020.11.09  17:23:54

공유
default_news_ad1

- 대형조선소 '수주 절벽'에 영세 협력사 '생존 절벽'.. 노동자는 길거리 헤매고 사업주는 경영난에 뜬 눈

<거제의 한 조선기자재협동화공단. 대형 블록 제작에 필요한 각종 부자재로 발 디딜 틈 없던 야드는 황량한 들판으로 변했다. 한쪽엔 용접기와 족장 사다리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멈춰버린 지게차엔 먼지가 수북하다. 조선소의 상징과도 같은 골리앗 크레인은 고철덩이가 돼 버렸다. 독자 제공>

거제시, 숙련공 지키기 맞춤형 고용유지 모델 시동

"노동자는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헤매고, 업주는 빚 독촉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웁니다. 내년이 지금보다 더 어려울 거라는데, 어떻게 버텨낼지 막막합니다."

체감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9일 오전 거제의 한 조선기자재협동화공단. 두꺼운 철판을 자르는 요란한 절삭기 소음과 번뜩이는 용접 불꽃으로 어수선해야 할 작업장에 적막감이 감돈다.

대형 블록 제작에 필요한 각종 부자재로 발 디딜 틈 없던 야드는 황량한 들판으로 변했다. 한쪽엔 용접기와 족장 사다리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멈춰버린 지게차엔 먼지가 수북하다. 조선소의 상징과도 같은 골리앗 크레인은 고철덩이가 돼 버렸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거제에 있는 협동화단지가 다 이 모양이다. 이곳만 해도 기업 절반 이상이 사실상 문을 닫았다"면서 "최악이라던 2016년보다도 심각하다. 이대로는 내년에 일감이 풀려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선 도시’ 거제에 때 이른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지역 경제를 지탱해온 대형 조선소가 코로나19 악재와 국제유가 폭락 여파로 '수주 절벽'에 맞닥뜨리면서 영세 협력사는 '생존 절벽'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975만 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03만 CGT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CGT는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해 산출한 단위다.

이중 한국 조선 3사가 수주한 물량은 전체의 27%인 262만 CGT(81척)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56.3%나 감소한 수치다. 3분기만 놓고 보면 142만 CGT를 수주하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6.4% 줄었다.

남은 일감을 나타내는 수주잔량 역시 지난달 기준 1842만 CGT로 연초보다 21.1% 감소했다. 조선사별 건조능력을 고려하면 길어야 1년 6개월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업계는 연말로 예상되는 모잠비크, 러시아, 카타르 등 대형 LNG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클락슨리서치는 내년까지 최소 100척의 LNG 운반선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이 지난 4일 언론 브리핑을 열고 ‘조선업 고용유지모델’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모두 수주해도 설계, 자재 확보 기간 등을 고려하면 2022년은 돼야 조업을 시작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이 짧은 일반 상선도 마찬가지다. 지금 건조 계약을 체결해도 현장에 일감이 풀리려면 최소 6개월 이상 필요하다.

길어진 수주 공백 탓에 중소 협력사는 일감이 바닥 난 지 오래다. 올해 들어 거제지역 조선협력사 500여 곳 중 100여 곳이 휴·폐업했다. 이로 인해 5000여 명이 실업자 신세가 됐다. 여기에 앞으로 최소 8000여 명이 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이 과정에 숙련공이 대거 유출될 공산이 크다. 우려가 현실이 되면 기술·생산경쟁력 저하는 물론, 정작 일감이 들어왔을 때 일할 사람이 없게 된다. 실제로 2016년 고강도 구조조정을 강행했던 거제지역 조선업계는 2018년을 기점으로 수주가 늘자 ‘인력난’ 역풍을 맞았다.

이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거제시가 준비한 게 ‘거제형 조선업 고용유지 모델’이다. 과거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고용 창출에 목적을 뒀다면, 거제형은 고용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

돌아올 수주 회복기에 대비하고, 수주한 물량이 현장에 풀릴 때까지 숙련인력 유출을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국비 등 877억 원을 투입해 4개 분야 9개 지원 사업을 병행하며 6000여 명의 숙련인력을 지킨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당장 일감이 없는 상황에 실효성을 장담키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등의 불을 끌 단기 처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성내협동화공단협의회 이성신 회장은 “직영 노동자의 열 배가 넘는 하청 노동자가 선박 건조의 90% 이상을 수행하는 게 현실”이라며 “효력이 다한 대형 조선소 산하 해외법인 물량을 하루속히 국내로 가져와 협력사에 일감을 나눠야 한다. 이와 함께 경영 위기에 직면한 협력사에 대한 특별경영안전자금 지원 등 정부 주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부산일보 김민진 기자 인용>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