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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거제 50대女, 횡단보도 사고 '무죄'...왜?

기사승인 2021.09.16  15: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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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의 원칙' 적용

창원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김병룡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어린이를 치어 중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거제 50대 여성 A씨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과학수사연구소 감정의뢰 회보에 의하면,  피고 A씨 차량이 주행차로에 착지하는 지점에서 피해 어린이의 거동이 관찰되고 횡단하려는 것을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공주거리와 제동거리를 합한 정지거리의 추정치를 감안하면, 피고 차량이 피해자 충격지점 이전에 정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판결에서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면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항소를 기각했다.

여기서 '공주거리'는 운전자가 위험을 느끼고 브레이크를 밟아 브레이크가 작동하기 시작할 때까지의 거리, '제동거리'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은 지점에서 자동차가 실제 정지한 지점까지 거리를 말한다.

앞서 검사는 "피고 A씨 진술, 블랙박스 영상 등에 의하면 A씨에게 사고 발생에 대한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이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이 사건은 2015년 10월15일 오후 6시54분께 거제시 상동동 독봉산웰빙공원 앞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다.

당시 A(50대·여)씨는 자동차를 운전해 상동동에서 수협 고현지점 방향으로 진행하다 사고지점에 이르러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생 B(10)군을 충격해 치료일수 불상의 '미만성 뇌신경축삭 손상' 등의 중상을 입힌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당시 야간이어서 전방 시야가 흐린 상태였으므로, 이러한 경우 자동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속도를 줄이고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펴 안전하게 운전하는 등 사고를 미리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봤다. 그런데도 A씨가 이를 소홀히 해 B군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차량 좌측 전면부로 충격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의 이같은 판단은 이후 검찰의 보강수사를 거쳐 그대로 인정돼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1심인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정지용 판사는 지난해 8월12일 피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피고 A씨로서는 횡단보도가 적색인 상태에서 보행자가 건너오지 않을 것으로 신뢰할 수 있었다 할 것"이라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에게 이 사고에 대한 예측가능성 및 회피가능성이 있다거나, 신뢰의 원칙이 배제될 특별한 사정이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무죄 이유를 판시했다.

무죄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고지점은 편도 2차로의 도로고, 피고 A씨는 녹색 신호에 따라 1차로를 정상 주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해자 B군은 보행 신호등이 적색일 때 뛰어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A씨 운전 차량을 발견하고 멈췄으나 이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차량에 부딪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고 발생시각이 오후 6시54분께로 상당히 어두웠고, 블랙박스 영상도 매우 어둡게 촬영되어 명도를 밝게 조절하여야 사고상황을 겨우 파악할 수 있을 정도"라면서 "피해자는 사고 1초 전인 오후 6시54분 47초에 블랙박스 영상에 처음으로 나타났다"고 재판부는 설명을 어어갔다.

그러면서 "피고 A씨 운전차량 진행방향의 왼쪽으로 중앙분리대와 유턴방지시설이 설치돼 있었고, 어둠과 반대방향에서 오는 차량의 불빛 등으로 인해 시야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다"며 "B군이 10세 소년으로 키가 크지 않아 피고로서는 B군이 도로를 횡단하고 있다는 점을 사고 직전까지 미리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른바 '신뢰의 원칙'과 결부시켜 무죄로 결론 내렸다.

'신뢰의 원칙' 이란 「스스로 교통규칙을 준수한 운전자는 다른 사람도 교통규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으로 족하고, 다른 사람이 교통규칙을 위반하거나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것까지 예견하여 이에 대한 방어 조치까지 취할 의무는 없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신뢰의 원칙'은 '아동이나 장애인, 노인과 같이 타인의 정당한 행동을 기대할 수 없을 때'와 '운전자가 스스로 교통규칙을 위반한 때', '교통규칙의 위반이 특히 빈번하게 일어나거나 운전자가 이를 인식할 수 있을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이번 판결은 '신뢰의 원칙' 대법원 표준 판례(1993.2.23. 선고 92도2077)를 인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해당 판결은 "차량 운전자로서는 횡단보도의 신호가 적색인 상태에서 보행자가 건너오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지 아니할 사태까지 예상하여 그에 대한 주의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고는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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