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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하공방] 청마 시향(詩香) 서린 곳에..'방하공방' 터를 잡다

기사승인 2021.10.06  16: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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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살던 집에 손주가 살고 / 아버지 갈던 밭을 아들네 갈고" 청마(淸馬) 유치환의 시 「거제도 둔덕골」 한 구절이다.

그 청마 생가와 나즈막한 담벼락을 끼고 오늘까지 터를 이어 온 이웃에 '방하공방'이 자리를 잡았다.

이 곳 방하공방 주인은 특이한 목피화와 패각공예로 거제저널 [이 사람] 코너를 통해 두 번에 걸쳐 소개했던 월범(越凡) 정동효(61)씨.

그는 지난해 말 37년간 다닌 대형조선소를 정년퇴직 후 여느 누구처럼 코로나19로 꽤 답답한 한 해를 보냈다. 집에서 틈틈이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늘 좁은 작업 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버릴 수 없었다.

마침 아내(원순옥·거제시보건소장)가 옛 고향집 창고를 공방으로 개조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의했다. 사실 그곳은 대추 등 과실을 심어둔 농장에 다니면서 가끔 들르곤 했지만, 지난해 장모님이 돌아가신 후 허허롭게 비워 둔 터라 썩 내키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아내 몰래 눈동냥을 해봤지만 막상 창고 안을 들여다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나 온 세월을 반추하듯 낡은 창고 안에는 오래된 냄새와 함께 온갖 잡동사니와 농기구가 뒤엉켜 있었다.

그래도 마음 한 켠에는 이 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바로 앞에는 청마 생가와 기념관이 있고 멀리 둔덕기성이 있는 우두봉이 한 눈에 들어오는 풍광이 기가 막힐 정도로 마음을 붙들었다.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 와중에 아내의 친구이면서 2년 전 처갓집 옆에 방하까페(636-9579)를 차린 여주인의 성화는 더욱 마음을 설레게 했다. "여기만큼 좋은 곳이 어디 있느냐"는 채근에 결국 이웃이 되기로 했다.

발품을 팔고 이런저런 궁리 끝에 13평 짜리 목피화와 패각공예 전시실 겸 작업실을 차렸다. 그 옆에는 5평짜리 아담한 수석전시실을 별도로 만들었다. 그리곤 집에 보관하던 작품을 틈틈이 옮겨왔다.

그렇게 만든 작은 공방에 목피화 60여 점과 패각공예 150여 점이 자리를 잡으니 그럴싸했다. 아무래도 40년이 넘는 진귀한 수석이 있는 전시실은 꽤 신경이 쓰여 CCTV도 설치했다.

지난 달 25일 가까운 친구와 지인 몇몇 가족을 불러 조촐한 공방 개소식을 열었다. 그런데 어디서 입소문을 들었는지 뜻밖의 손님들도 찾아왔다. 낯 익은 국회의원과 지역 정치인 몇몇, 옛 직장 부사장 등 임원들도 기꺼이 발걸음을 해주었다. 너무도 고마웠단다.

요즘 그는 오전 8시에 공방에 나와 오후 4시까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잠시 쉴 때는 담 하나 사이인 방하까페에 들러 차 한잔을 마시며 심신을 달래고 작품 구상을 하기도 한다. 가끔씩 이만하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도 편안해졌다.

'시인의 마을'에 시집 온 방하까페 주인 김영미(60)씨는 "좋은 이웃이 생겨 참 좋다"면서 "친구에게 말은 들었지만, 생전 처음보는 작품인데 너무 사실적이라 탄복했고, 작가의 열정에 두 번 감탄했다"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공방을 열고 나니 좋은 소식도 연거푸 들려왔다. 최근 일본에 사는 처남 지인이 '보령 외연도' 목피화를 보고 즉시 구입하겠다고 제의해 해외로 작품을 첫 수출(?)하게 됐다. '가격이 얼마냐'는 물음에 "그건 영업 비밀"이라며 웃었다.

이와 함께 월간지 '수석문화' 9, 10월호에 작품 소개와 공방 개업 소식이 연재됐다. 과거 몇차례 취재 문의 전화가 왔던 SBS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에서도 엊그제 작가가 조만간 본격적인 취재를 오겠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는 요즘 청마 생가와 기념관에 온 방문객들이 덤으로 공방에 들러 작품 구경을 하면서 신기해하는 모습에서 꼼꼼하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성을 인정받는 것 같아 만족감을 느낀다.

'앞으로 뭘 하고 싶느냐'는 질문에 그는 "작품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2~3명 정도 가르치고 싶다"며 "재료 채집 활동도 같이 가고, 작품 구상도 함께 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다 골목 어귀에서 왁자지껄하게 다가오는 중년 아낙 너댓명과 마주쳤다. 그들은 주변을 기웃거리다 "어! 못보던 공방이 생겼네. 어디예요?"라고 기자에게 물었다.

<곧 일본으로 팔려나갈 서해 보령 외연도 목피화 작품>
<남부 가라산 정상에서 바라 본 풍경을 목피화로 표현했다>
<패각공예 작품>
<아담한 전시공간에 진열된 패각공예 작품>
<패각공예 작품>
<수석전시실. 여기에는 정씨가 아끼는 아주 진귀한 수석 작품도 있었다. 기자 눈에는 그저 돌로 보였지만...>>
<수집한지 40년이 넘은 희귀 수석>
<패각공예 재료. 좀과 벌레를 방지하기 위해 나프탈렌을 넣어두었다>
<패각공예 재료>
<목피화 재료를 말리고 있다>
<취재 당일 그가 거제 어느 바닷가에서 방금 채집해 온 패각공예 재료를 꺼내 놓은 모습>
<골목을 돌아나오다 화단에서 아주 작은 꽃잎 하나를 주워 기자에게 보여주며 "이걸 말려 작품 재료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청마 생가 담벼락에 걸린 시가 적힌 깃발>
<청마 생가 입구에서 바라 본 모습. 바로 뒷쪽 슬라브 건물이 방하공방이다>
<방하까페에서 바라 본 청마 생가. 오른쪽 건물이 '방하공방'. 방하까페 앞 화단에는 폐선풍기로 꾸민 작은 허수아비가 서 있다>
<청마 생가와 방하공방, 방하까페. 옛날과 개발시대 그리고 현대가 조화롭게 이웃하고 있다>
<명랑하고 씩씩한 방하까페 주인 김영미씨가 화단을 돌보고 있다. 예쁘고 아담한 까페 마당이나 화단 곳곳에는 폐 선풍기를 이용해 허수아비를 만드는 등 버려진 폐품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 돼 있었다>
<방하공방과 담 하나 사이에 둔 방하까페. 아담하고 정감이 가는 쉼터였다. 이 곳의 주인은 방하마을에 시집 와서 살다 2019년 까페를 차린 정동효씨 아내 친구 김영미씨>
<청마 생가와 방하공방 그리고 방하까페>
<방하공방 입구 골목>
<방하공방에 옥상에서 바라본 전경. 사진 가운데 소나무가 띄엄띄엄 보이는 산이 둔덕기성(폐왕성)이 있는 우두봉, 왼쪽 건물은 청마기념관이며, 바로 앞 초가지붕이 청마 생가, 그 오른쪽이 방하마을 회관이다>
<차담을 나누는 방하공방과 방하까페 이웃지기>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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