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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은숙] 거제 조선의 부활을 꿈꾸며

기사승인 2022.09.29  08: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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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옥은숙 전 경남도의원

2022년 가을, 언젠가는 올 소식이 전해졌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다. 필자도 대우조선 노동자 출신이다. 거제고를 졸업한 직후인 1987년 한 해 반 동안 예산총괄실에서 근무했다.

쥐꼬리만 한 경력이지만, 국가의 기반산업이자 거제 경제의 원동력인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했다는 경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고있다.

그러나 조선 경기의 침체기간 동안 회사의 부침을 보며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본 기고는 전 도의원의 신분이나 정당의 입장을 떠나 내가 태어나고 살아왔으며, 또 살아갈 거제시민의 시각으로 쓴 개인적 견해임을 밝힌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관리하에서 공적자금을 받아 가면서도 꿋꿋하게 부활을 꿈꾸던 ‘대우조선해양’은 민간 기업에의 매각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사실 종업원이나 시민들 모두 예견했던 상황이다.

지난 21년 동안 대주주인 국책은행의 집단경영체제로 운영되어 오다 보니 선도적인 기술혁신을 위한 투자가 어려웠고 생산성 향상과 안전을 위한 과감한 시설 투자에 한계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혁신의 원동력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만일 세계의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삼성과 SK가 이런 경영체제였다면 과연 수십조의 연구비를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었을까.

집단 경영체제에서는 무한 책임을 지는 주체가 없다 보니 책임을 회피하게 되고 따라서 철저히 안전 중심의 경영을 하게 된다.

거기에다 산업의 불황이 경영상의 부실과 합쳐지면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의 조선업 사이클링 기간은 대략 10년으로 본다.

지금은 다시 호황기에 접어들었지만, 이 호황기가 지나고 불황기가 다시 오면 주인없는 회사가 과연 버텨낼 수 있을지를 따져보면 비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우조선해양과 한화의 투자합의서 체결은 큰 의미를 지닌다. 호황기를 맞이한 시기에 새 주인이 나타난 것이다.

재계에서는 한화나 포스코 정도가 인수할 능력이 있다고 평가하는데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과감한 시설과 기술 연구 부문의 투자 측면에서도 한화가 훨씬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마냥 환영만 할 일은 아닌 것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조선업 경험이 전혀 없는 한화가 어떻게 대우조선해양을 방위산업의 한 축으로 키우고, 실추된 위상을 되찾아 조선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며, 어떻게 기자재업체와 협력업체와 상생 발전할 것인가 등 총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제시함과 동시에 완전한 고용승계를 약속해야 한다.

물론 한화 측은 하청노동자의 470억 원 손배소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조선소의 노동자가 제대로 대접받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에서도 “한화가 조선산업의 발전 의지를 명확하게 밝히고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한다면 적극적으로 교섭에 임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다. 이제는 명분보다는 실리를 찾아야 할 때다.

그동안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가 주장해 온 ‘매각 5대 기본 방침’인 분리매각 반대, 해외 매각 반대, 동종 사 매각 반대, 당사자 참여 보장, 투기자본 참여 반대 중 중요한 조건은 충족된 상황이다. 거기다 기업결합 심사도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앞으로 당사자 참여 보장과 완전한 고용 보장 등 노조 조합원과 종업원, 시민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한화와 노조 측은 상호 협조와 양보, 협업의 기조하에서 순조롭게 진행하길 간절히 바란다.

글로벌 방산 메이저의 꿈을 이루겠다는 한화의 담대한 결심과 거제 경제를 살리고 나아가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부활을 간절히 바라는 노동자와 시민들의 바람이 합쳐진다면 제2의 전성기도 멀지 않았다.

‘부실 매각 반대’를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해 온 시민대책위와 노조, 정치권, 일반시민의 노고에 경의를 보내면서 그동안의 노력이 알찬 열매로 마무리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정치권과 노동단체의 명분 싸움의 대상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먹고 살, 우리 다음 세대가 먹고 살아가야 하는 삶의 문제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 필요한 때다.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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