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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고발] "환경보전, 말로만 하나"...해양쓰레기 범벅·파손시설 방치 '요지경' 사곡해수욕장

기사승인 2022.10.12  15: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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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행정 무관심+캠핑족 알박기+쓰레기장 전락

거제 중심가인 고현동에서 통영 방향으로 10분이면 도착하는 사곡해수욕장. 수심이 얕고 파도가 거의없는 내만(內灣)에 위치해 가족단위 해수욕장으론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이곳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주말과 휴일에도 시민들이 수시로 찾는 도시 근교의 작은 해수욕장이다. 지난 여름 50일간(7월2~8월21일)에는 2만5605명의 피서객이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곳이다. 

사곡해수욕장은 2014년 12월 정부 발표에 의해 사곡만을 대규모로 매립해 조성 예정이던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예정지에 포함돼 사라질 뻔 했다. 그러나 지난 8월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 만료시한에 따라 사실상 국가산단이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되면서 다행히 해수욕장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거제시는 앞으로 이곳을 시민들의 문화휴양 공간으로 재디자인할 복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중한 가치를 지닌 사곡해수욕장이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온통 병들어 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엔 지난 여름 두번의 태풍으로 밀려온 엄청난 량의 해양쓰레기는 물론, 파손된 해변 데크 등 각종 시설물 방치가 심각한 실정이다.

지난 8월 초 태풍 영향으로 1차 파손된 사곡삼거리 방향 데크 150여m는 지난 9월 '힌남노'에 의해 작살이 나다시피 전파(全破)돼 방치중이다.

떨어져 나간 난간 잔해는 잔디밭에 아무렇게 내팽개쳐져 있고 바닷쪽 난간이 있던 자리에는 비닐테이프로 얼기설기 보기 흉하게 걸쳐 놓은지 한참이 지났다. 그 위험한 해변 산책로를 따라 많은 시민들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운동을 하고 있다.

해수욕장 주변 곳곳에는 밀려온 해양쓰레기는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악취를 풍기고 있다. 파도에 밀려온 어구용 스트로폼은 일단 그물에 가둬 묶어 두긴 했으나 심한 파도에 얼마나 견딜지 의문이다. 캠핑족들이 주변에 마구 버린 음식물에는 벌레가 들끓고 까마귀와 들고양이 천지가 돼 버렸다.

해수욕장은 그렇다치고, 반대 쪽 사곡마을 방향으로 한 100m만 벗어나도 바다인지 육지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마을 진입로를 따라 대규모 해양쓰레기가 오랫동안 방치돼 누렇게 변하고 퀴퀴한 악취까지 풍기고 있다.

거제시가 2013년 7억 원을 들여 만들어 놓은 길이 130m의 물양장 주변은 언제부턴가 해양쓰레기 집하장 됐다. 코를 막고 지나가야 할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 왜 조성됐는지 의아한 물양장 시설이 조류의 흐름을 막는 것도 해양쓰레기 오염 원인의 하나로 주민들은 지적 한다.

수거된 쓰레기 포대도 제때 치우지 않고 몇달째 곳곳에 쌓여 있다. 이날 백사장 주변 쓰레기 청소를 하던 한 노인은 "평소엔 쓰레기 포대를 저렇게 갖다놓으면 잘 가져 가더니 요즘은 왠지 저렇게 오래 방치돼 있다"고 혀를 찼다.

해수욕장 관리 주체도 불분명하다. 일부 시설물은 사곡마을 청년회 등 민간이나 단체가 소유해 관리하는가 하면, 해수욕장 전반적 관리는 거제시가 맡고 있다. 노인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3명의 노인과 5명의 바다지킴이들이 청소를 한다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전무해 보인다.

더구나, 사곡해수욕장은 도시 근교에 있다보니 각종 단체가 환경정화 활동 명목으로 수시로 찾는다. 그런데 이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다반사다.

한 50대 사곡마을 주민은 "심심하면 공공기관이나 단체들이 유니폼을 입고 떼로 몰려와 한두시간 백사장 주변에서만 쓰레기를 줍거나, 줍는 시늉만 한다"면서 "그들은 대개 백사장 주위만 빙빙 돌다가 곧 기념사진 찍고 홱 가버린다. 쇼를 하는거지. 그러니 저쪽(백사장 넘어)에 있는 쓰레기가 보일 리가 있겠어요"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바다쓰레기를 한꺼번에 청소하는 걸 여태컷 본 적이 없다"며 "혹시 쓰레기 치우는 돈이라도 나오면 동네 사람들이 배를 동원해 치우려고 할런지도 모르지..다들 생계 때문에 관심도 없다. 인력으로 어떻게 저 많은 쓰레기를 치우겠느냐"고 말했다.

옆에 있던 또다른 한 72세 주민(여)은 "환경단체 걔들도 웃긴다"며 "내가 여기 시집와 40년을 넘게 살았다. 무슨 잘피인가 질피인가 옛날에 논밭에 거름하던 것 있잖아. 그거 살리자고 여기와서 천막(현수막을 말함) 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하데.."라며 "요새 저렇게 쓰레기가 온데 퍼져 저 난리인데도..글마들은 도통 안보이네"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캠핑족들의 꼴불견은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아예 목 좋은 장소엔 1년 내내 텐트를 쳐놓고 '알박기'를 하는 얌체짓은 물론, 과거 인라인스케이트장이 있던 자리엔 캠핑카 붙박이 차고지로 전락된지 오래다.

이들은 주말이나 휴일 등을 가리지 않고 떼로 몰려와 해변 산책로를 가로막고 태연하게 숯불에 고기를 굽거나 술과 음식을 먹으며 왁자지껄 하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늘 시커멓게 그을린 돌덩이와 쓰레기만 나딩굴 뿐이다.

취재 도중 만난 한 주민은 "요트관리동 앞까지는 차량 통행을 허용하더라도 다리 입구에는 파일을 박아 아예 차가 안쪽으로 못다니게 해야 된다고 몇번을 사등면사무소와 거제시에 전화를 했는데 아직도 그대로"라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가까운 곳에 화장실이 있는데도 캠핑왔다가 만취한 탓에 바다를 향해 까놓고 볼 일을 보는 정신나간 마초(?)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운동이나 산책하는 주민들은, 특히 여성들은 "그 꼬라지(꼴)를 보고 기분 좋을리 없다"고 입을 모았다. 

거제저널에 이번 취재를 제의한 50대 주민(여·영진자이온 거주)은 "영진아파트로 이사 온 후부터 매일 운동하면서 이곳을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왔다"며 "환경보전을 입으로만 하지 말고 작은 쓰레기 하나라도 안버리는 모두의 실천이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자기네들 요구나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땐 환경타령하며 나대는 꼴이 정말 보기 싫었다"면서 "해수욕장이 이런 꼴인데도 환경단체든 아니든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어 참다못해 나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이 포함된 지역구를 맡고 있는 양태석 거제시의원은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 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이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짚어보려고 했으나 내달로 미뤄졌다"며 "사곡해수욕장의 효율적인 관리 방안으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예정지 해제 시기에 맞춰 해양공원에 편입이 가능한지 여부를 거제시 등 관계기관과 전향적으로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양쓰레기 문제는 이곳 사곡해수욕장 뿐 만 아니라 거제시 연안 대부분에서 겪고 있는 난제다. 매년 태풍이나 집중호우 시 낙동강 등지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엄청난 규모의 육지쓰레기는 조류를 따라 대부분 거제 연안으로 흘러들고 있다. 이때문에 거제시도 매년 해양쓰레기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거제시가 지난해 해양쓰레기 처리에 투입한 예산은 위탁처리비와 인건비 등을 합쳐 12억원에 이른다. 이 비용으로 시가 지난 9월말까지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1650톤에 달한다.

올해는 그나마 14억원으로 미미한 예산 증가가 있었으나 엄청난 해양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치우는데 역부족이다. 시는 지난 '힌남노' 태풍 등으로 인한 추가 수거비용으로 국비 1억원을 최근에 요청해놓고 있으나 언제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시 바다자원과 관계자는 "현재 5명의 바다지킴이가 사곡해수욕장부터 성포 연안까지 청소를 도맡고 있으나 역부족인 게 사실"이라며 "사곡해수욕장과 그  부근은 지금 시기에는 지형적 영향으로 대규모 해양쓰레기가 밀려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어떻게든 쌓인 해양쓰레기를 조기에 수거하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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