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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양득] 객기(客氣)

기사승인 2022.12.05  13: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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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양득 / 에이펙 아카데미 & 어학원장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16강에 올랐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못지않은 국민적 관심 속에서 이뤄낸 쾌거라 그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80~90년대에 여성들이 가장 지루한 얘기로 꼽는 1순위가 군대에서 축구시합을 한 무용담이라고 한다. 아마 그들이 군대와 축구라는 이질감을 느껴서 일 것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좀 의아한 사실이 아닐까? 지난 20년 전의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로 축구는 국민적 스포츠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다시 80~90년대로 돌아가 육사에는 16개 중대 대항 춘계 체육대회가 진행되는 4, 5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특히 1학년 생도들이 피 터지는 권투 경기를 준비하는 훈련 과정과 시합을 떠올리자면 찬란한 5월의 햇살과 화랑 연병장의 초록 잔디 위에서 파트너와 산들바람을 즐기는 낭만적 축제가 적어도 1학년 신입 생도들에게는 없다. 최소한 입안이 찢어진 복서들에게는 말이다.

필자도 그 난투극을 피해 축구 선수로 자원했다. 군대에서는 이등병 손흥민도 월드 클래스가 아니라 이등병 수준의 공격수라는 농담이 있다. 계급이 깡패라고 상급자가 이등병의 기를 팍팍 죽이기에 졸아서 못 찬다는 말이다. 그래서 필자도 골키퍼를 맡게 되었다.

16개 팀에서 우승을 하려면 4번의 경기를 하는데 1차전 승리 후 결국 3번의 승부차기 끝에 우승했다.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다. 슈팅을 막으면 분명히 육사 축구부에서 본인을 다시 호출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경기의 선심은 주로 축구 선수 생도들의 훈련을 도와주는 병사들로 현역 축구 선수들이었다. 그 당시에는 임마누엘 축구팀의 선수들이 있었다.

결국, 결승전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우승컵을 거머쥐게 되었다. 승리에 흥분한 중대 상급생도들은 필자를 위해 당분간 중대 1학년생도 전체 얼차려 금지라는 특혜를 주기도 하고 특히 가혹 행위지만 암암리에 행해지던 '머리박기‘ 절대 불가라는 특명을 2학년 생도들에게 내리기도 했다.

1학년 때부터 가늘고 빠지기 시작한 머리숱을 염려한 선배들의 당부였다. 한편으로는 축구 선수 생도로 마음을 굳히고 있던 차였지만 결국 선수 생도가 되지는 않았다. 다음 해 2학년이 되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당시 축구부 지도 장교는 박세직 88 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아들이었다. 본인이 차출되지 않은 이유는 신입생 기초군사 훈련 후 축구 럭비 선수 생도 선발 시 선발을 회피한 전력이 있는 필자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괘씸죄였다.

당시 필자도 3군 사관학교 체육대회의 성적에 군 생활의 명운을 거는 기존의 지도 장교와는 다른 배짱(배경)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일종의 객기(客氣)였다.

박세직 위원장은 육사 12기로 출중한 어학 능력과 하나회 멤버로 1981년 수방사령관을 끝으로 군을 떠나 정계에 몸담았다.

예편 후 총무처장관, 체육부장관을 거쳐 88 올림픽 조직위원장 후에는 안기부장까지 역임했다.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로 드높아진 인기를 바탕으로 1990년 12월 말에 서울시장에 임명이 되었다.

당시 서울시정의 현안으로 지루하게 끌어오던 수서택지분양의 특별 분양계획안에 단호하게 전격 결재를 함으로 전임 고건 시장이 끝까지 거부하고 미루던 사안을 일사천리로 마무리 지었다.

결국, 전임 시장의 처지에서 본 이런 객기는 바로 한보그룹의 전방위적인 정치권 뇌물을 통해 불법 대출 사건이 터지는 도화선이 되어 박세직 시장은 임명 후 2달도 보내지 못한 채 최단명 시장이라는 오명을 갖게 되었다.

부도덕한 그룹 총수의 한보철강과 한보그룹은 7년 후 부도 사태를 맞고 해체되면서 1997년 IMF 사태를 촉발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당시 군 안팎과 정치권에서는 순진한 군인이 정치와 시 행정을 잘 몰라 호기(豪氣)로 행한 특혜분양 허락이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는 세평이 많았다.

그러나 1995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으로 드러난 노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에서 선배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후배의 고충이 숨어 있었다.

상명하복이라는 철칙을 고수한 신의(信義) 덕택일까? 한보그룹의 수서 택지분양 비리 사건의 광풍을 피해 박시장은 1992년 이후에도 두 번의 국회의원과 1998년에는 2년간 2002년 월드컵 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 다시 한번 발군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올해 6월1일 지자체 단체장 선거 이후 새로 선출된 신임 단체장의 호기(豪氣)나 객기(客氣)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국가적인 파장이 염려되는 사고가 강원도지사가 촉발하게 시킨 레고랜드 사태이다. '강원도는 강원도고 레고랜드는 레고랜드'라는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가 2050억 원의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채무를 회피하려고 공사의 회생 신청 발표로 인해 채권 시장의 자금 경색이 발생해 국고 50조 알파를 투입해야 하는 경제 위기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레고랜드는 2011년에 모든 출발 준비를 완료하고 2015년 개장을 목표로 전진하고 있었다. 뜻하지 않은 선사 및 역사 시대의 유물 발굴로 7년이라는 공기가 지연됨으로 많은 부채와 사업 용지가 확장되는 어려움을 안게 되었다.

레고랜드는 강원도의 혹한의 날씨로 3개월은 임시 휴장까지 한다고 한다. 전임 도지사의 업적을 지우려는 유치한 술책이 아니냐는 정치적 저의가 담길 수 있지만, 실상은 표몰이 선거 공약이 결국 운영의 부담과 적자라는 부메랑이 되어 먼 훗날 지자체의 살림이 어려워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객기처럼 보이나 대규모 위락시설의 허상을 깨닫고 내린 결단이 아닐까? 최근에 한화그룹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치고 본 계약 체결 후 내년 상반기에는 인수를 매듭지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거제와 대우조선해양을 위한 기쁜 소식이다. 한편, 본인은 앞으로 조선소 도크에 디즈니랜드 같은 위락시설을 짓자는 의견은 없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외국인 노동자 위주의 값싼 노동력이 없으면 불가한 사업이 위락시설 및 관광산업이다. 안타깝게도 조선 업종도 테마파크 산업의 전철을 밟고 있다. 우리도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를 회피하지 못하는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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