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접 지자체 간 상생 협력 모범사례" 각계 호평
<협약식을 마친 후 양측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배도수 통영시의회의장, 박종우 거제시장, 정점식 국회의원(통영·고성), 서일준 국회의원(거제), 천영기 통영시장, 신금자 거제시의회의장> |
우여곡절을 거친 거제시-통영시 간의 '화장시설 공동사용' 약속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향후 관련 조례 개정 등 일부 절차를 남겨뒀지만, 사실상 원만히 타결된 셈이다.
거제시는 9일 오후 통영시장실에서 '통영시 추모공원 화장시설 공동사용 협약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박종우 거제시장, 서일준 국회의원(거제), 신금자 거제시의회의장, 천영기 통영시장, 정점식 국회의원(통영·고성), 배도수 통영시의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화장시설 건립비용 중 통영시 부담금 50%에 진입로 개설비용의 25%인 99억2600만원을 거제시에서 일시 부담하기로 했다.
또 연간운영비는 화장 건수에 비례해 공동부담하는 한편, 일시부담금을 납부한 날의 다음달 1일부터 30년을 공공사용기간으로 하며 이견이 없을 경우 자동 연장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앞으로 두 도시의 관련 조례 개정 및 예산 확보 등 행정절차만 남았다. 이같은 절차가 정상적으로 마무리되면 거제시민은 오는 10월부터 통영시 화장시설을 10만원의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앞서 거제시는 자체 화장장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통영시 화장시설과의 중복투자·공급과잉 등 문제가 예상됨에 따라 서일준 국회의원 및 거제시의회와 협력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다.
거제시가 자체 시립화장장을 건립할 경우 비용만 250억 가량이 소요되고, 통영시에서는 화장장 수입 감소 등이 문제가 됐다.
따라서 상생이 바탕이 된 이번 화장시설 공동사용 협약으로 거제시는 건립비용을 아끼고, 거제시민들은 통영화장장 이용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협약식을 마친 박종우 거제시장은 "화장시설 중복 투자로 인한 예산 및 행정력 낭비 없이 시민들에게 혜택을 돌려드릴 수 있게 됐다"며 "주민 복지를 위한 두 도시의 협력이 계속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타결까지 거제시에선 '시립화장장' 건립 문제를 놓고 꽤나 갈등을 겪었다.
당초 거제시는 2022년 9월부터 박종우 시장의 민선 8기 공약 실행을 이유로 시민 설문조사 결과 90.1%의 찬성을 내세우며 독자적인 화장시설 건립을 위해 5천만 원을 들여 용역에 착수했다.
이후 시는 64.5%의 시민이 찬성했다며 사등면 지석리 ‘거제시추모의집’ 인근에 건립 후보지까지 낙점했다.
그러나 화장로 3기 규모로 지어질 화장시설과 각종 편의시설 등을 감안하면 250억 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각에선 통영시와 '공동사용설'이 점차 고개를 들었다.
더구나 거제저널 취재 결과 서일준·정점식 국회의원 간에 화장장 신축예산 1/4~1/3가량만 부담하면 거제·통영시민이 동등한 조건으로 사용 가능한데 적극 공감하고 이미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본 상태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거제시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지역 여권 내부에선 다소 곤혹스러운 입장도 감지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막대한 재정 투입과 건립예정지 주민 반발은 물론, 지역 여권의 이런저런 사정이 겹치면서 시의 독자 추진 동력은 급격히 힘을 잃기 시작했다.
이에 화장시설 건립에 찬성해 오던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추진이 중단된 경위를 밝혀야 한다"면서 "단순 경제성보다 복지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접근하고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런 대립 분위기는 급기야 지난 2월 거제시의회에서 '통영시 추모공원 공설 화장시설 공동사용 협약 체결 동의안'이 민주당 반대로 '심사보류'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측에선 "화장장을 중복으로 짓는 비효율성을 줄이고 시민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화장시설을 이용할 기회를 야당이 박탈했다"며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의원은 야당과 시민 설득보다 이를 4·10 총선과 연계시키며 오히려 '정쟁화'를 시도해 적잖은 눈총을 받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거제시가 '시립화장장'을 자체 건립하겠다고 가닥을 잡아 무난히 추진돼오던 사업이 갑자기 통영시 화장시설을 함께 쓰도록 바뀐 배경을 줄곧 문제 삼았다.
이들은 "거제시가 박 시장 공약이라면서 그렇게도 내세우던 설문조사 등 별도의 공론화 절차없이 갑자기 정책을 뒤집은 이유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이 필요하다"면서 "시간을 갖고 좀 더 고민해보자"는 주장을 폈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은 한동안 계속됐으나, 시민 복지 편의가 우선이라는 여론이 힘을 받으면서 서로 타협과 공감대 마련을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결국 지난 4월26일 거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김동수 의원이 재상정한 '통영시 추모공원 공설화장시설 공동사용 협약체결 동의안'을 표결 끝에 위원 7명 중 찬성 6명, 반대 1명으로 원안 가결시키면서 가까스로 수습의 가닥을 잡았다.
이어 '동의안'이 지난 5월3일 본회의를 무난하게 통과하면서 논란은 일단락 되기에 이르렀다.
비록 이런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양 시가 내부적 갈등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미래를 향한 상생의 모델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언론과 도내 각 계로부터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22년 새롭게 문을 연 통영시 추모공원 화장시설. 오는 10월부터 거제시민과 함께 사용될 예정이다> |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