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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은숙] 멍게와 피조개

기사승인 2024.05.20  09: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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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은숙 / 前 도의원, 농어촌희망연구소 대표

지난 4년간 농해양수산위에서 도의원 생활을 하는 동안 수없이 현장을 방문했다.

농어촌은 물론이고 소 축사도 방문해 수십 년간 묵었던 진입로 포장 공사를 마무리하는 데 작은 힘을 보탠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계절이 바뀌면 농어촌의 계절별 작업이 떠오르고 식구를 건사하기 위해 몸을 쓰느라 나이보다 더 젊고 강인한 체력을 지닌 농어민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지금쯤이면 피조개 종패를 터는 작업과 굴 까는 작업이 끝나고 멍게 작업이 한창일 것이다.

피조개 종패를 털 때는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인근의 여성들이 모여든다.

한 작업장에 거의 100여 명의 인원이 필요하니 소득 증대에 큰 기여를 하는 셈이다. 그 작업은 겨울에 시작해서 봄까지 계속된다.

종패와 굴 작업이 끝날 때쯤이면 멍게 작업이 시작된다.

멍게가 성체가 되기 전의 발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끄집어낸 줄에는 빨간 멍게가 주렁주렁 달렸다. 말 그대로 바다의 꽃이라고 할 만했다.

다 큰 멍게의 껍질을 제거하여 속을 골라내는데 작업자는 대략 1kg당 3000원 안팎의 인건비를 받는다. 바닷가의 포구에 떠 있는 뗏목마다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조용하던 어촌에 활기가 돈다.

수온이 높아지는 시기가 빨라짐에 따라 멍게 작업 시기도 점차 빨라지는 추세다.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농어업은 노동집약형 산업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농어촌의 시간제 노동은 대략 최저임금에 연동되어 임금이 책정된다. 농어민들은 임금이 높아서 채산성이 떨어진다고 하고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임금이라고 말한다.

양쪽의 주장이 다 타당성이 있지만, 층위의 차별적 임금은 평등하지 않아서 찬성할 수는 없다.

“내국인 가사도우미와 간병인의 임금 수준이 높으니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를 사적 고용하면 최저임금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발언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는 동의할 수 없다.

차별적이고 반인권적인 방법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경향이 확대되면 농어촌 노동자까지 확대될 여지가 있고 이로 인해 농어촌의 노동력 부족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명산업인 농수산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차별적 저임금 정책보다 임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등의 국가적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대파 발언이 화제가 됐다. 살인적인 농산물 가격 인상에 대해서 국민은 불만이 높지만, 농민들은 더 할 말이 많다.

바로 기후 인플레이션(기후위기로 인한 물가 상승)의 시작 단계로까지 의심받는 기후변화가 주범일 뿐 농어민들도 똑같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더워지고, 때에 맞지 않는 일시적 추위와 더위, 국지성 집중호우, 일조량의 변화, 해충의 증가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심지어 생산 자체를 포기하는 예도 증가하고 있다.

곡물 자급률이 20%가 채 되지 않는 우리나라는 한시적인 수입 정책 등으로 위기를 벗어나려고 해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기후 위기 앞에서는 식량 수출국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언제, 어떤 품목의 수출을 통제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비한 사료 개발, 신품종과 재배법을 개발하지 않으면 가까운 시일 내에 식량안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과학 R&D 예산 못지않게 생명산업인 일차 산업의 연구개발비도 중요하건만 현 정권의 국정 기조는 불안하다.

배 과수원을 하루아침에 사과 과수원으로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선제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당장 비용이 부담된다고 기후 대응을 소홀히 하면 머지않아 더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모든 대처의 최전방에 정치가 있고 그 정치는 당연히 사람이 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종패를 터는 기간이 5개월에서 3개월로 줄고 멍게 까는 기간이 4개월에서 2개월로 줄어드는 기후변화를 먼저 알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RE100 정도는 몰라도 된다”라는 정치인이 미래사회를 이끌 수 있을까.

거제저널 gjjn3220@daum.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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