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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억대 비리' 40대 거제시청 공무원 구속...돈 준 납품업자도 함께 '철창행'

기사승인 2024.02.23  18: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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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두번 맡기다니" 비판 봇물...검찰, 다른 공무원 비위도 수사 '아직 끝난게 아냐'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청사 전경>

◇공무원 직접 범행 가담 '혈세' 빼돌려...거제시 역대 최대 규모 비리

'억대 직무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40대 거제시청 7급 공무원과 납품업자 1명이 함께 구속됐다.<거제저널 2023년11월24일 단독보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조영성) 최종환 주임검사는 23일 오후 6시께 업무상횡령 및 업무상배임 혐의로 거제시청 주무관 40대 A씨와 납품업자 B씨 등 2명을 구속해 통영구치소에 수감했다.

앞서 A·B씨는 이날 오전 10시 통영지원 제206호 법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았다.   

A씨는 2018년 10월부터~2023년 1월(2020년 제외)까지 거제시 홍보담당관실과 하수운영과에 근무하면서 친구 지간인 납품업자 B씨와 짜고 1억4100만 원의 '혈세'를 착복하거나, 거제시 재정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A씨가 홍보담당관실 근무 당시인 2018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약 100회에 걸쳐 업자 B씨가 실제 사무용품 등을 납품하지도 않았는데도 마치 납품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며 회계부서에 제출했다.

이후 납품대금을 받은 업자 B씨가 현금 300~1000만 원 가량을 수시 인출해 A씨에게 건네주면 A씨는 이 돈을 자신의 주식거래 계좌에 입금하는 방법으로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간 큰 A씨 범행은 행정안전부에 해당 비리가 제보되면서 들통 났다. 이로 인해 A씨는 자체 감사를 거쳐 징계를 받고 다른 부서로 전출됐다. 그 바람에 업자 B씨는 실제 납품하지 않았던 물품을 모조리 거제시청에 납품하게 돼 그만큼 손해를 입게 됐다.

그러자 공무원 A씨는 더욱 대담해졌다. A씨는 2021년부터 2023년 1월까지 징계를 받고 옮긴 부서인 하수운영과 회계담당 업무를 철저히 이용했다. 친구인 B씨의 손해를 보전해 주기 위해 또다시 '혈세'에 손을 댄 것이다.

이땐 이른바 '납품단가 부풀리기' 수법이 동원했다. A씨는 장비와 약품 수요가 많은 하수처리장 등지의 납품 단가를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100%까지 부풀렸다. 이런 수법으로 약 70회에 걸쳐 B씨에게 손해를 보전해 줘 거제시에 자그마치 5000만 원 상당의 지방재정 손실을 입혔다.

꼬리가 길던 A씨의 범행은 거제시청 안팎과 업자들 사이에서 자자한 소문 추적에 나선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그런데도 A씨 등은 반성은 커녕, 범행 회피에만 급급했다. 돈의 출처로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빌린 차용금이라며 범행을 부인했다. 다만, 그가 둘러댄 대부분의 친인척이나 지인들은 A씨 진술을 뒷받침할만한 적절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거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금융계좌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거쳐 지난해 10월말 A·B씨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고, 11월초 검찰에 사건을 불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미 통영지청 최종환 주임검사가 거제경찰서 수사 당시부터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수사지휘를 통해 진상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

최근 검찰은 추가로 A·B씨 자택과 사무실, 자동차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보강수사에 매진해 이들을 결국 구속시켰다.

검찰은 A·B씨의 신병을 어렵사리 확보한만큼 추가 수사를 거쳐 조만간 이들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 거제시 '미온적 대처' 왜?...'혈세' 피해 키운 측면 

이번 사건을 놓고 이들 비리 공무원들이 소속된 거제시의 안이한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비판이 들끓고 있다.

가장 따가운 눈총을 받는 건, 홍보담당관실에서 거액의 혈세를 착복한 혐의로 자체 조사·징계를 받고 문책성 전출당한 A씨에게 또다시 하수운영과의 돈을 만지는 직무에 방치했다는 점이다. 

A씨의 첫번째 범행 이후 제대로 된 감시 기능이 작동했다면, 결재 선상의 간부 누구 한명이라도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두 번째 범행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게 거제시청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와 함께 2018년 10월부터 시작된 A씨 범행은 2020년을 제외하고 2023년 1월까지 3년이 넘게 장기간에 걸쳐 범행이 이뤄졌다는 점도 놀라지 않을수 없다. A씨가 마음 놓고 혈세를 빼돌리는 동안 거제시의 내부 감시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행정 기관에서는 비위와 관련돼 소속 공무원이 수사를 받을 경우 당사자 심적 안정성이나 행정 신뢰성 등을 고려해 징계 이전에 직무 배제(직위해제나 대기발령) 조치를 취하는 게 일반적이다.

거제시는 A씨에 대한 비리 혐의, 그것도 거액의 혈세를 착복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입힌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난해 11월초 통보받고도 구속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없이 그대로 현직(출장소)에 근무케 했다. 

실제 해당 공무원이 지난해 11월초 사건이 송치된 이후 검찰이 추가로 자택 등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 강도는 점차 세졌다. 지역에 소문이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현직 공무원이 소환 조사를 받고 급기야 23일 오전 검찰에 구인돼 법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치감에 유치 중이었다. 그런데도 시 관계자 누구도 몰랐다. 거제저널의 귀뜸에 '화들짝' 놀라 의회 답변중이던 시장에게 보고하는 등 뒷북을 칠 정도였다.

이는 비리 공무원들의 변명과 이들을 감싸고도는 주변의 '별 일 아니다' '빌린 돈'이라고 둘러대는 말을 믿은 탓으로 보인다. 시가 왜 올바른 판단을 못한건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아직도 의혹이 가시지 않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거제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관점에 따라 다소 그렇게 비칠수도 있지만, 현재 만반의 필요한 준비를 해 둔 상태"라며 "대상자의 신병에 대한 통보가 오면 즉시 관련 징계절차에 착수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청렴' 말로만?...구조적·반복적 비리 끊어낼 특단 대책 필요

특히 이번 사건은 '혈세' 피해 금액(1억4100만원)으로 보면 거제시 사상 최대  규모 비리다. 과거 거제시 공직 비리는 대개 공무원 개인이 인·허가나 공사 편의 등을 미끼로 민간업자들에게 뇌물을 받는 수법이 적발되곤 했다.

하지만 이번 범행은 부서 회계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이 친분있는 업자와 짜고 직접 시민의 혈세에 손을 대 빼돌렸다는 측면에서 범행의 대담성이 가히 충격적이다. 

현재 거제시청 안팎에서는 해당 공무원 가족들도 모두 공직에 있을 정도로 형편이 어렵지도 않은데 비리를 저질렀다는 소식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이들이 주식이나 선물거래에 투자했다가 거액을 날리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주변 지인들에게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수시로 빌리는가 하면, 공무원으로서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끝내 넘고 말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난해 11월24일 거제저널 단독보도 당시 이 사건을 잘 아는 한 조경업자는 "아직도 거제시 공무원들이 각종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죄의식없이 관행처럼 뒷돈을 받는다는 건 우리 업자들 세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물론, 뒷탈을 염려해 '차용'이라는 안전 장치도 한다. 따라서 아무리 교육하고 단속해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 쉽게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귀뜸하기도 했다.

◇ 또 다른 공무원 비리...'끝난게 아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또 다른 거제시 공무원 비리도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도 현재 같은 통영지청 주임검사가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뇌물' 혐의에 무게를 두고 면밀한 보강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공무원측은 단순 차용금일 뿐 뇌물이 아니라고 변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무원은 현재 지역에서 이름있는 검사 출신 변호인을 선임해 수사와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 

한편 현직 거제시 공무원이 구속된 건 4년 만이다. 2019년 교통행정과 8급 공무원 천 모(당시 29세)씨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수십명의 여성 성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혐의로 당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박사방(n번방)'사건 주범 조주빈(징역 42년 확정)과 공범이었다.

그는 2020년 1월10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구속됐다. '랄로'라는 별칭을 가졌던 천 씨는 같은 해 4월 파면됐으며, 2021년 6월1일 항소심에서 징역 13년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물론, 천 씨의 경우 직무와 상관없는 개인 차원의 범행이었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거제시 공직 비리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기기 어려워 보인다.<수정 2.25.17:00→기사 일부 보강·재배열>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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