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갑 / 거제혁신포럼 대표(전 경남도의원)
지난 10월 말 한화오션은 연결 기준 실적 공시를 통해 2024년 3분기 매출액 2조7031억 원, 영업이익 256억 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음을 발표했다.
또 삼성중공업은 2024년 3분기매출 2조3229억 원, 영업이익 흑자 1199억 원의 잠정 경영실적을 24일 공시했다.
그리고 잇따른 수주 소식 등으로 볼 때 조선업 호황세는 당분간 순풍 기류를 유지할 것 같다고 한다. 지역사회나 국가적으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실적 공시 시기 때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 임금체불 이슈는 항상 붉어진다.
지난 1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하청 임금지급일인 지난달 15일 기준 한화오션 하청업체가 체불 했다고 주장했으며 타공정 업체까지 임금체불이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 경기회복으로 기성금 인상과 적정임금을 기대했던 하청업체나 노동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대체 왜 하청노동자 임금체불 이슈는 매번 발생하는 것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인으로 원청이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기성금이 너무 낮아 하청노동자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다.
그리고 조선소의 공정지연과 더불어 숙련도가 떨어지는 외국인노동자 및 다단계 구조의 물량팀 확대로 인해 고용구조가 악화되어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 임금체불은 조선업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고 했지만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고 빈번히 발생되는 것을 보면 그간의 노력이 과연 진정성이 있었나 의문이 든다.
그럼 정말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첫 번째로 조선업에 맞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에스크로 제도란 원청이 하청노동자 임금을 제3의 계좌에 예치하고, 하청업체가 급여명세서 등을 작성해 지급을 요청하면, 에스크로 계좌에서 하청업체를 거치지 않고 노동자에게 바로 입금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임금체불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지만,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업 구조에 맞는 제도 보완과 실행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적정한 수준의 기성금 책정의 개선이 필요하다. 기성금은 공정 진척 상황별 소요된 비용을 의미하는데 실제 지급 시에는 능률과 시수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정해진 기성금도 깎이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원청이 적정 기성금을 지급해야하고 그럴 수 있는 제도나 기준마련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가 필요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조선업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원청이 적정 기성금을 지급하고, 하청은 임금인상률을 높여 원·하청 간 보상 수준 격차를 최소화하는 합의가 포함되어 있다.
또 에스크로 결제제도 적극 활용을 통해 하청노동자 임금체불 예방, 상시적 업무에 재하도급(물량팀) 사용 최소화 및 재하도급을 프로젝트 협력사로 전환, 하청 보험료 성실납부를 전제로 원청의 하청 보험료 납부 지원방안 모색 등 27개의 실천과제가 합의됐지만 합의 이행실적과 효과는 미미하다. 협약이행을 점검하고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네 번째로 노조법 개정이 필요하다. 노조법의 2·3조를 개정해 원청과 단체교섭을 보장하고, 노동 3권을 실질적으로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 협상할 수 있도록 해 임금체불을 예방할 수 있다.
다섯 번째로 산업기본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조선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보장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최소화하고, 숙련에 대한 보상,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체계적인 인력관리 등을 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거제시 노사민정 협의회의 역할 정상화다. 노사민정 협의회가 하청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체불임금 해결을 위한 협력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노동조합, 기업,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모여 체불 사례를 분석하고, 협력적 해결방안을 마련하여 체불을 예방하고, 체불된 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지원을 논의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제시 노사민정 협의회는 식물협의회가 돼 버렸다.
만약 거제시 노사민정 협의회가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고 있었다면 다시 붉어진 하청노동자 임금체불 이슈 대신 양대조선소의 영업이익 흑자 이슈를 지역사회와 함께 축하와 축배를 드는 아름다운 모습을 지역 곳곳에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조선업 호황과 흑자전환으로 조선소 밖은 팡파르가 울려퍼지지만, 조선소 안으로는 하청노동자 임금체불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정말 희비애환의 현실에 마음이 쓰리다.
거제저널 gjjn322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