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천 / 거제저널 대표기자
장군(將軍·general)은 별 한 개 '준장(★)'부터 별 네 개 '대장(★★★★)'까지 군 최상위 계급을 일컫는다.
400여 명에 달하는 이들은 준장이 일반공무원 2~3급(이사관~부이사관)인 고위공무원단에 해당되고, 소장과 중장을 거쳐 최고 계급인 대장은 장관급으로 분류된다.
장군의 위세는 대단하다. 흔히 군 내부에선 '대령에서 장군이 되면 100가지가 바뀐다'는 말이 있다. 그런만큼 대령은 장군 진급에 목숨을 걸다시피한다. 병역을 정상적으로 필한 남성이라면 그들의 권위를 익히 안다.
우선, 장군복에 신발도 일반 전투화 대신 '장군화'가 지급된다. 가죽 소재 권총 벨트에 장교가 소지하는 권총도 45구경(요즘은 K-5)에서 총신 짧은 38구경 리볼버로 교체된다. 비서실장이나 부관 등 보좌진이 배치되고 대개 준장~소장은 별판을 단 중형승용차, 중장~대장은 고급승용차가 주어진다.
또 장군이 근무하는 건물엔 장성기가 걸려 출근하면 올라가고 퇴근하면 내려간다. 이런 소소한 것은 물론, 별을 달게되면 장군의 상징인 '삼정검(三精劍)'을 대통령으로부터 받는다. 삼정검은 육·해·공 3군이 하나가 돼 호국·통일·번영에 기여한다는 의미와 최고 지휘관의 명예가 담겼다.
이렇게 군(軍)뿐 아니라, 사회에서까지 알아주는 장군들이 최근 뭇매를 맞고 있다. 12·3 계엄 사태에 동원된 일부 장성들의 처신이 군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비굴하다 못해 차라리 계급이 아깝다는 비아냥까지 쏟아질 정도로 군 안팎의 시선이 따갑다.
하기야 근래 '별'들의 사회적 평가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요즘은 장군으로 전역해도 대우가 예전같지 않아 대부분 연금에 의지해 노후를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전처럼 딱히 오라는 곳도 없고, 그래도 체면은 있다보니 마땅히 갈 곳도 없는 그저 그런 '노인'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일부는 털모자에 마스크로 얼굴을 잔뜩 가린채 '태극기 부대'나 '극우 집회'에 나가 어지러운 나라 형편을 핑계삼아 마음껏 울분(?)을 토해 낸다는 우스개도 들린다.
더구나 이번 계엄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 구속된 투 스타(소장) 출신 전직 정보사령관은 불명예로 옷을 벗은 후 직접 무당 노릇을 하며 먹고 살았다는 대목에선 실소가 절로 나온다.
'아닌 밤중의 홍두깨' 격인 12·3계엄은 소맥을 많이 마셔 전두엽에 탈이 난 듯한 '병역미필' 대통령이 내지른 국제적인 조롱거리다. 조만간 뒤따를 군주민수(君舟民水)의 준엄한 심판은 오로지 자업자득일 뿐이다.
하지만 일부 핵심 보직의 군 장성들은 그런 미욱한 대통령의 잘못된 명령에 '찍소리' 한번 없이 부화뇌동 했다는데 실망감을 넘어 충격이다. 친위 쿠데타든, 내란이든 우두머리(수괴)를 따라 핵심 역할을 했으면 장군답게 목숨을 내놔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이들은 내란이 실패하자 살아보겠다고 "(비상계엄을) TV를 보고 알았다"고 하나같이 둘러대며 발뺌하다 죄다 구속되는 망신을 당했다. 비굴하고 너절했다. 이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 본 국민들은 왜 요즘 장군들을 '똥 별'이라 하는지 확실히 깨달았다.
1979년 12·12 쿠데타 때도 전두환 세력의 불법적인 명령에 항거했던 참 군인들이 있었다. 영화 ‘서울의 봄’ 등을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장태완 수경사령관, 정병주 특전사령관, 김진기 헌병감 등은 반기를 든 대표적 인물이다.
이외에도 실제 병력을 동원하진 않았지만 꽤 많은 장성들이 반란군에 동조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45년이 지난 현재 상당수는 고인(故人)이 됐지만, 당시 쿠데타 세력과 이들에 맞선 참 군인들이 우리 역사에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번 12·3비상계엄 파동에선 장군들 중에 누가 항명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더는 이들에게서 무장(武將)의 명예와 기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오직 진급을 위한 충성 경쟁에 눈이 멀어 수괴의 명령을 따라 국가와 국민 안전을 수호하는 군의 존재를 스스로 걷어차버렸다.
이런 좀팽이 수준의 '똥 별'들에게서 후배 장교들은 뭘 본받고,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린들 제대로 먹히겠는가?
차라리 젊은 시절 나라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어느 낯선 산골짜기에서 3년의 청춘을 군말없이 버텨 낸 우리 '병장'들이 저런 '똥 별'보다 훨씬 떳떳하고 자랑스럽다.
그래서 '대장(大將) 위에 병장(兵長)'이란 말이 생긴 모양이다.
거제저널 gjjn322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