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지 사수 전투 중 정전 불과 17일 남기고 전사…남겨진 아들, 부친 유해 찾고자 DNA 두번 채취, 66년만에 가족 품으로
<국방부는 지난 5월 22일 DMZ내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완전유해 형태로 발굴된 유해가 고 김기봉 이등중사로 신원이 최종 확인되었다고 19일 밝혔다. 좌측 사진은 고인의 철모와 소총 등 소지품. 우측은 고인의 생전 사진. 사진=국방부> |
6·25 전쟁 막바지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된 국군 유해 중 거제 출신인 참전 용사의 신원이 세번째로 확인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를 정밀 감식한 결과 거제 출신 故김기봉 이등중사로 최종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김 이등중사의 유해는 故 박재권, 남궁선 이등중사와 유엔군 추정 유해가 발굴된 'A 고지'에서 발굴됐다. 'A 고지'는 화살머리고지 일대 중에서도 다수의 국군 유해가 발견되고 있는 지점으로 전쟁 당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곳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지난 5월22일 김 이등중사의 머리뼈 등을 처음 식별했고, 추가 발굴작업을 거쳐 6월13일 완전 유해를 수습한 후, 유전자 분석 과정을 거쳐 지난 18일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
故 김기봉 이등중사는 1925년 11월 경남 거제시에서 4형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27살의 나이로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2월 2사단 31연대 소속으로 6·25에 참전했다. 이후 1953년 6월부터 벌어진 화살머리고지 일대 전투에 참가해 정전협정 체결을 불과 17일 남겨둔 7월10일 제4차 전투에서 중공군과 교전 중 안타깝게 전사했다.
김 이등중사의 유해가 발견된 지점에서는 미처 다 사용하지 못한 탄알이 장전 된 M1 소총과 수류탄 안전핀, 안전고리 등이 함께 발견됐다. 그 외에도 철모, 전투화, 참전 기장증을 보관한 지갑, 단추, 연필 등도 발굴됐다.
국방부측은 다만, 김 이등중사의 거제시 이하 정확한 출생 마을이나 현재 가족의 거주 여부 등은 개인 정보사항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전사 당시 1남 1녀를 두고 있던 김 이등중사의 신원 확인은 4살이었던 아들 김종규(69)씨가 2009년 거제시 보건소를 찾아가 유가족 유전자(DNA) 시료채취에 참여했고, 지난해에도 시료 채취에 추가로 참여하는 등 간절함이 얻어낸 값진 결과였다.
이같은 아들의 노력은 결국 아버지를 찾았다는 감격적인 소식으로 이어졌고, 생존했다면 올해 94살인 김 이등중사는 전사한 지 꼭 66년 만에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아들 김종규씨는 "DMZ 유해발굴을 한다는 소식을 접한 후 화살머리고지에 아버님이 계신다는 생각에 반드시 찾고 싶다는 간절함이 컸다"며 "진짜 찾은게 맞나 싶은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국방부는 유가족들과 협의를 거쳐 10월 중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국방부는 DMZ 내 1만여구의 미수습 국군 전사자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170여구의 유해와 4만3000여점의 유품을 발굴했다.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는 지난해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공동으로 유해 발굴작업을 하기로 했으나, 끝내 북측이 참여하지 않아 현재 남측만 단독으로 진행 중이다.
◆화살머리고지 전투 |
<고인의 유해 발굴 현장. 사진=국방부> |
<故 김기봉 이등중사의 유해와 함께 발굴된 M1소총 및 철모, 군화, 실탄 등 소지품. 사진=국방부> |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