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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민 위한 행정,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

기사승인 2017.08.10  1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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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거제시에서 민원주차장과 직원주차장으로 갈라놓은 모습. 거제시의회 앞에 내려진 차단기가 열린 의회상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아직도 많다>

최근 거제시 공무원들이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친다면서 정작 본인들 스스로는 솔선수범은 커녕, 시대에 역행하게 처신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08년부터 에너지 절약 정책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공공기관 자동차 홀짝제(2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자동차 홀짝제’는 시행 10년이 다 됐지만 그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게 많은 국민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거제시청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 거제시 공무원들은 자신의 차량이 ‘휴무’에 해당됨에도 편의성 등을 이유로 차를 운행해 시청 인근 교회나 공영주차장 등지에 주차해두고 있다. '꼼수'로 2부제에 참여하는 것이다.

일부 공무원은 남의 눈을 피해 거제도서관이나 공설운동장, 체육관 주변 등 시청과 좀 떨어진 곳에 주차하지만, 상당수 직원들은 가까운 교회 주차장이나 신설 공영주차장에 주차 해두고 태연하게 걸어서 출근한다.

평일마다 9시 기도회가 있는 시청 인근 모 교회의 경우, 공영주차장이 신설되기 전에는 공무원들의 얌체 주차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주로 9시 이전에 출근한 공무원들 차가 주차장을 꽉 메우다보니 기도회에 나온 신도들은 주차공간이 없었던 것. 교회 측에서는 할 수 없이 아침 일찍부터 정문에서 일일이 출입차량을 확인하거나, 주차된 차량을 빼달라고 전화 하는 소동이 종종 일어났다.

이러다보니 "거제시 공무원들은 모 교회 신자가 대부분"이라거나 “일선 직원에서 과장, 국장까지 모두 교회로 출근해서 예배 보고 시청에 일하러 간다”는 우스개가 나돌기도 했다.

매일 오전 기도회에 나온다는 한 신도(68‧고현동)는 “한때 시청공무원들 차가 교회주차장을 아예 점령한 적도 있었다. 그날은 2부제 점검하는 날이라고 들었는데 참 어이가 없었다”면서 “아무짝에도 효과 없고 허울좋은 2부제를 왜 하나, 차라리 없애는 게 낫지”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거제시는 2015년 7월 15일부터 기존의 주차장을 민원인 주차장과 직원 주차장(200면)으로 구분해 시행했다. 원거리 출퇴근 직원들의 불만이 일부 제기됐지만 ‘카풀’ 등으로 해결하면 문제가 없다며 강행 했다.

당시 이를 주도했던 담당부서는 시행 초기 일부 반발이나 다소 불편은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200면의 주차장만 가지고 어떻게 직원들의 차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말할 입장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시청 공무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취재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말을 안할뿐이지 다 아는 사실 아닌가”라거나 “이래저래 불편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거제시는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본청 전 직원들의 봉급에서 매월 5천원씩 주차료를 공제하고 있다. 그 돈으로 주차장 관리요원들의 급료를 준다. 직원들의 불평이 터져 나오는 대목이다.

시의회측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대부분 시의원들은 “이유야 어떻든, 열린 의회를 지향하는 의회 입구부터 차단기가 설치돼 있는 모양새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몇번을 지적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흥분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따지고 보면 웃기는 얘기다. 시의원 자신들은 2부제도 지키지 않고 주차료도 따로 안낸다. 대신 권민호 시장은 월급에서 주차료도 떼고 부제를 잘 지킨다는 걸 보면 시의원들이 시청 나무랄 입장이 아닌 셈이다.

결국 거제시는 직원들이 내부적으로 불평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 말을 하지 않을뿐인데도 그걸 모른 채 직원주차장에 있는 차만 보고 ‘자동차 홀짝제’가 잘 이행된다는 착각 속에 깜깜한 행정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거제시내에는 자동차 공회전 제한지역이 거제시청 주차장을 비롯한 14개소가 지정 돼 있다.

공회전 제한지역인 거제시청 민원주차장은 그야말로 공회전 천국이다. 특히, 평일 낮에 천정이 있는 민원주차장 1층은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냄새가 진동한다. 사람이 그냥 지나가기가 힘들 정도다.

물론 최근 며칠간은 35도를 웃도는 폭염이라 단속대상이 아니었지만, 27도 이하 기온에서도 평소 업무가 시작되는 오전 9시를 전후해 민원주차장은 공회전으로 매연이 코를 찌르는데도 공무원 누구 하나 이를 지적하거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자동차 공회전 차량이 장시간 단속기관 앞 마당에서 버젓이 불법행위를 하는데도 단속은커녕, 상당수 공무원들은 이 곳이 공회전 제한지역인지, 공회전이 규제대상인지조차 잘 모른다. 오히려 공무원들도 자가용이나 관용차에 시동을 걸어놓고 사무실을 왕래하며 업무를 볼 정도다.

‘자동차 공회전’은 대기환경보전법 제59조(공회전의 제한)에 각 시, 도지사에게 위임한 조례에 의해 별도 기준을 마련해 단속토록 규정 돼 있다. 이를 위반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엄연한 불법행위다.

경남도 조례에 따른 단속기준을 보면, 주·정차 차량이 외부기온 5∼27도에서 자동차 공회전을 하면 1차로 운전자 경고, 2차로 공회전을 5분 이상 지속시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단, 경찰·소방·구급차 등 긴급한 목적의 자동차와 냉동·냉장차, 정비 중인 자동차는 제외된다.

일주일에 한두번씩 오전 9시를 전후해 민원을 보러 온다는 한 시민(58·통영시)은 “솔직히 나도 더워서 에어컨과 시동을 켜놓고 종종 일을 봐 왔다. 그런데 지난주에 임신 중인 며느리와 같이 왔다가 민원주차장에서 매연 때문에 구역질하는 걸 보고 이제는 반드시 시동을 끄고 일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더위 때문에 민원주차장의 많은 차들이 시동을 켜놓는 바람에 어떤 때는 매케한 냄새가 너무 역겨울 때가 많다”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공무원들이 제지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매일 오후 7시쯤 되면 거제시청 일부 공무원들은 퇴근이 아니라, 되레 출근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초과근무를 찍기 위해 다른 데서 시간을 보내다 다시 출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부 공무원들의 행위는 격무를 보상해주는 측면에서 시행한 정부시책을 악용해 초과근무수당 몇 푼을 더 받기 위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돈만 받아 먹겠다는 양심없는 얌체 짓거리에 불과하다.

이 문제가 그동안 사회적으로 숱한 논란이 되고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돼 왔음에도 아직도 근절되지 않는 건 정부 잘못도 크지만, 거제시 공직사회 역시 스스로는 고치지 못하는 적폐로 밖에 볼 수 없다.

지역 법조계 한 인사는 “공무원들이 일도 안하면서 초과근무를 허위 날인하는 건 명백한 범법행위”라며 “시대가 바뀌고 시민들의 인식은 날로 앞서 가는데 공직사회는 아직 이를 뒤받침할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증거”라고 따끔하게 지적 했다.

올바른 행정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공직자들이 '꼼수'나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몸소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면 행정의 효율성은 물론, 시민이 편안해지는 그 성과는 기대 이상으로 높아지게 마련이다.<수정 8. 10. 17:55>

<거제시청 인근 모 교회 주차장 모습. 가운데는 빈 곳이 많으나 시청과 가까운 쪽은 차량이 꽉 차 있다. 교회 관계자는 대부분이 공무원들 차량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촬영하는 순간에도 시청 공무원 몇명이 시청과 차량 쪽을 들락거렸다 >
<고현성곽에서 내려다 본 공영주차장 모습. 주변 주민들은 부제에 해당되는 거제시 공무원 차량이 대부분 이곳에 주차하다보니 '거제시청 전용주차장'이라고 비꼬았다>
<3면이 막힌 이곳에서는 거의 매일 자동차 공회전 차량이 수두룩하다. 매연이 제대로 빠져 나가지 못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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