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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잡기-下] 알아야 면장을 하지!

기사승인 2022.12.16  1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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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보기 칼럼 / 서영천 대표기자

거제저널은 칼럼 형식의 「시정잡기(市政雜記) 上·下」 두 편을 연재합니다. 박종우 거제시장 취임 후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거제시가 다듬어 온 조직 개편 윤곽이 드러나고 이에 따른 대규모 승진·전보 인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공직사회 저변(低邊)의 퇴행적·적폐적 인사 풍토를 짚어보고 새해에는 더욱 신뢰받는 행정기관으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에도 보도된 적이 있으며, 일부를 재편집 했음을 밝힙니다.  -편집자 주-       

-"몰라도 면장 잘만 하더라"는 말 나와선 안돼 -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면장'을 대개 행정단위기관장 직책인 면장(面長)으로 잘못 알고 있다.

'면장'은 '담장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함에서 벗어나다'는 의미를 지녔다. 한자어로는 면면장(免面牆), 면할 免, 낯 面, 담 牆이다. 이를 줄여 면장(面牆)이라 한다. 즉, 어떤 일을 제대로 하려면 그 분야에 관련된 지식과 실력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공자가 자기 아들에게 「시경」의 수신(修身)과 제가(齊家)에 대해 공부하고 익혀야 '담장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친 데서 유래됐다. 본래 '알아야 면면장을 하지'가 맞는데, 줄여서 그냥 '알아야 면장을 하지'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 말은 그 본래적 의미보다 '알아야 면장(面長)을 하지'로 잘못 사용되는 말이 오히려 보편화 돼 있다. 면장이 5급 사무관급이니까 당연히 잘 알아야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아무라도 면장을 해서는 안된다는 해석이 더 어울려 보인다.

면·동장은 행정 기능을 수행하는 최일선 부서 리더다. 그들이 소속 직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거나, 관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주민들이 무얼 원하는지 제대로 모른다면 보통 큰일이 아니다.

시대가 변해도, 면동장은 아직 관내에서는 상전이다. 단위기관 간 소통과 협력 명목으로 만들어진 기관장협의체 리더이기도 하다. 면 단위기관장은 파출소, 우체국, 예비군중대, 지역농협, 초등학교나 중학교의 장(長)이 포함된다. 때론 지역구 시의원도 기웃거린다.

또, 각종 면·동단위 행사를 주관하고, 면장은 배정된 예산범위 안에서 2천만 원 이하 소규모 공사를 수의계약 할 수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권한이 있다 보니 주변에는 늘 요상한 무리들이 몰린다. 이들 중 일부는 낯두껍고 몰지각한 자생단체장이나 회원인 경우도 있다.

물론 대부분은 봉사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만, 간혹 일부 인사들은 지켜야 될 선을 넘어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여차하면 이들은 면동사무소(주민센터) 공무원들의 회식 자리나 각종 모임에 끼어들어 단박에 '형, 동생, 친구'가 돼 버린다.

가끔씩 회식 주관이나 비용 대납은 자연스럽다. 더구나 관내에서 다소 껄끄러운 일이 생길때마다 원만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한다. 여기서부터 유착이 싹트고 부정이 시작되는데도 누구도 마다하지 않는다. 과거부터 늘 그래왔고, 소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공직 위계질서는 커녕, 오합지졸(烏合之卒)이 될 수 밖에 없다. 다 그렇진 않겠지만 심성이 바르지 못한 몇몇 직원은 면·동장이나 팀장 등 상사의 말보다 거시기한 토착 세력에 더 기대니 지시가 제대로 먹힐리가 없다. 어쩌면 그게 일선 면·동에서 근무하는 동안 훨씬 편할 수도 있으니까. 

요즘에야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간혹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면장이 회의를 핑계로 점심때부터 낮술은 물론, 단골식당에 퍼질러 앉아 단위기관장들을 불러 모아 고스톱까지 치며 하루를 줄탕으로 때우는 사례도 심심찮게 있었다.

게다가 그걸 자랑이라고 자기네들끼리 술 먹고 돌아다니며 떠벌리니 모르는 주민이 없을 수밖에. 그나마 최근에는 여성 면동장들이 꽤 진출하다보니 그런 추태는 없어진 모양이다.

이와 함께 면장을 본청 과장으로 당연히 순환 배치해야 하는데도, 정년을 얼마 안 남은 일부 면장을 또다시 면장 자리로 옮겨주는 이해 못할 인사도 허다했다. 이런 인사 뒤에는 으레 고참이고, 본인이 원한다거나 신병, 가정사정 등 그럴사한 이유가 굳이 따른다.

이러니 일부 사무관들은 면동장 자리가 시장이나 국장 등 상사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과장 자리보다 상대적으로 활동이 자유로와 거의 천국이나 다름없다고 여기는지도 모를 일이다. 

대부분의 면·동장은 열심히 근무해 주민으로부터 칭송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구설에 자주 오르는 면·동장들은 다른 데로 가고 나면 꼭 뒷말이 남는다.

누구와 친하게 지내고, 누구에게 공사를 주고, 누구와 술을 자주 마시고 어떤 추태를 부렸다는 등 속칭 사이드 스토리(Side Story)는 관심을 안가져도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금방 퍼져 자자하다.

시민 입장에서 보면 이런 정신 빠지고 무능력한 공무원들에게 피땀 묻은 세금으로 봉급주는 것이 참 억울하다. 대다수 주민들은 다만 침묵할 뿐, 그 동네 역사를 이끌어 온 진짜 주인공들이다. 잠시 머물렀다 가는 웬만한 공무원들보다 더 현명하고 수준 높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박종우 시장은 실력도 없고 일할 의지도 없는데다, 아부나 잘하고 적당히 세월이나 때운 다음 공로연수 가겠다는 무능한 간부들을 절대 일선으로 내보내서는 안 된다. 면동장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처신하느냐에 따라 전체 거제시정에 대한 평가와 민심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다시는 "몰라도 면장 잘만 하더라"는 말이 나와서도 안된다. 똑똑하고 야무지고 일 잘하는 이들을 면동장으로 보내야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말의 쓰임새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거제시청 전경>
<YTN 방송 화면 갈무리>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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