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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거제시체육회, 탈(脫)정치화 모범 보여야

기사승인 2020.02.01  15: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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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서영천 거제저널 대표기자

엊그제 민선 거제시체육회가 출범했다.

이번 민선 체육회 출범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깊다. 체육인들에게는 정치 종속적 관계에서 독립 관계로, 시민들에게는 관변 체육이 순수 체육으로 거듭나는 획기적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이 시점에서 민선 체육회인가. 그 이유는 체육회 출범의 모태가 되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안’에 잘 나타나 있다.

개정안에는 “현행법은 체육단체의 장에 대해 겸임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체육단체의 장을 겸임하고 있다”며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의 의원이 체육단체를 이용해 인지도를 높이거나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체육단체의 정치화가 발생하고 있으나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체육단체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의 의원이 겸직할 수 없도록 제한함으로써 체육단체를 정치적인 영향력에서 배제하려는 것”이라고 개정 취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이에따라 법 제43조의2(체육단체의 장의 겸직 금지)가 신설 돼 ‘체육단체(대한장애인체육회 및 그 지부·지회는 제외한다)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 의원의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1월15일 공포돼 1년이 지난 올해 1월16일부터 시행됐다.

그동안 각종 관변 단체의 정치적 편향성은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체육회는 지금껏 지방권력의 한 축으로 인식돼 왔다는 사실을 부인키 어렵다. 그도 그럴것이 선거로 집권한 지자체장이 당연직 회장을 맡고 모든 재정이 지자체 보조금으로 운영되었으니 온전히 정치에 종속되고 대표적인 관변 단체일 수밖에 없었다.

그게 익숙한 탓인지 시작부터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불법 선거운동으로 회장이 당선무효 되자, 이에 맞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모양이다. 도내에서는 양산시가 불공정 선거에 대한 이의 제기를 선관위가 수용해 당선무효가 결정됐다는 최근 보도도 있었다.

무보수 명예직인 민선 체육회장의 당선을 위해 불법 선거운동까지 불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분명 순수한 봉사 정신의 발로는 아닐게다. 권력욕인지 명예욕인지, 아니면 사익을 얻기 위한 수단쯤으로 인식하는지 좀체 분간키 어렵다. 다만 ‘민선’의 취지를 기초부터 훼손한 그들에게는 반드시 준엄한 징벌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민선체육회 출범을 계기로 대한체육회는 지방체육회를 법인으로 전환해 법률적 독립성과 재정 안정성을 도모하는 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속 법령 개정이 언제될지 불투명할 뿐 아니라, 환경과 조건을 만들기 전에 이미 사람과 조직부터 먼저 만든 격이 돼 버렸다.

그러니 독립성을 훼손할 여지는 오히려 더 커졌다는 비판도 있다. 되레 민선체육회장이 정치적 운신을 지향할 경우 당장 오는 4월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민선체육회장 직을 정계 진출의 길목으로 여기거나,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특정세력이 정치적 발판으로 이용해도 현재로선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자칫 탈(脫)정치를 목적으로 출발한 민선체육회가 또 다른 정치세력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고 이를 제재할 마땅한 도구가 없다는 뜻이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체육회 상임 임원과 사무국 소속 직원들에게는 ‘정당가입 배제’ 원칙을 엄격히 적용토록 명문화 하고 위반시 형벌적 제재를 가하는 법률 개정 등 후속조치가 시급하다.

한편으로, 거제시 체육회도 역대 시장들이 ‘자기 사람’을 심어놓고 수족처럼 부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노골적으로 각종 선거의 핵심 조직으로 이용됐고, 때론 스스로 앞장서기도 했다. 또 일부는 시정이나 이권에 깊숙히 개입한다는 의혹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런 체육회가 시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췄는지 여기서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다.

같은 측면에서 최근 출범한 거제시체육회 일부 인사들이 벌써부터 오는 4월 총선과 관련돼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건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민선 체육회 출범 취지에 찬물을 끼얹고 민주주의 발전을 퇴행시키는 몰지각한 행위다. 뿐만 아니라, 현 임원진 구성도 객관성과 전문성 보다 친소(親疏)관계가 더 돋보인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무엇보다도 체육회 임원들은 다가올 4월 총선에서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한다. 주어진 자율은 최대한 보장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 역시 막중하다. 25만 거제시민과 함께, 선거를 감시하는 선관위, 검찰, 경찰 등 사정당국이 정치에서 독립된 그들의 처신을 지켜 볼 것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불완전한 체제에서 정치적 중립 확보는 오로지 관계자 개인의 자존감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향토 체육인들의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체육회가 이런 뼈아픈 지적에 귀를 닫는다면 관선이나 민선이 전혀 다를 게 없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다행히 이번에 체육회장을 맡은 분은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헌신과 봉사를 몸소 실천해 왔다. 과거 인연 깊은 정치인들로부터 후원회장을 맡아달라는 수차례의 읍소에도 한사코 거절한 강단을 가졌다.

그는 단 한번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신망받는 기업인의 길을 묵묵히 걸으며 10년 가까이 육상연맹 회장을 맡아 거제 청소년 육상을 탄탄한 반석위에 올려놓았다. 그 때문에 지역 체육인 모두가 기꺼이 그를 초대 민선 체육회장으로 추대했다.

따라서 앞서 몇가지 우려섞인 지적도 회장 추대를 깊은 고민끝에 수락한 그의 확고한 신념이 체육회 운영 전반에 골고루 스며든다면 한낱 기우(杞憂)에 불과할 것이다.

거제시 체육회는 이번 민선 출범을 계기로 순수 민간단체로 다시 태어났다. 앞으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선·후배들이 거제 체육 발전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댄 모습을 보인다면 시민들은 아낌없는 성원을 보낼 것이다. 자못 기대가 크다.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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