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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내륙고속철도 거제공청회 '파행'..갈팡질팡 국토부 성토장

기사승인 2021.03.10  1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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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색맞추기, 준비 부족, 무성의 답변" 주민 갈등만 더 키워..공청회 이유 '실종'

남부내륙고속철도 거제 노선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거제공청회가 KTX 노선 관통을 반대하는 주민 항의와 국토부의 미숙하고 어설픈 진행으로 1시간40분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국토부는 지난 1월 주민설명회와 이번 공청회를 통해 사업추진에 필요한 주민의견 수렴은커녕, 오히려 더 깊어진 지역 갈등만 확인한 셈이 됐다.

이는 '구색맞추기식'으로 진행된 공청회에서 국토부와 용역사측의 알맹이 없고 준비 안된 답변과 중구난방(衆口難防)식 주민의견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해 빚어진 결과다.

'코로나19'로 인해 104명(사등면 30명, 상문동 30명, 거제면 11명, 기타)으로 방청객을 제한한 이날 공청회는 시작 전부터 어수선했다. 행사 시작 40분 전부터 거제면 주민 50여 명은 ‘거제면 관통 KTX 죽음으로 막겠다’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청소년수련관 앞 마당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공청회 내내 집회를 이어갔다.

오전 10시 국토부 관계자의 사회로 시작된 공청회는 패널 및 주민대표 소개에 이어, 용역사인 삼보기술단 관계자의 용약 수행과정 설명, 주민대표 의견, 용역사 및 국토부 답변 순으로 진행됐으나, 전문가 그룹의 패널 토의는 입도 벙긋 못해보고 무산됐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용역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용역과정과 향후 진행될 사항을 설명하면서 "현재 계획상 1일 운행 횟수를 거제 17회, 창원 8회"라면서 "설계속도는 시속 250Km로 여객전용 일반철도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명색만 고속철도일뿐, 속도 하한선 200km에 가까운 '거북이' 고속철도인 셈이다.

이어 '노선 관통'을 반대하는 거제면 서정리측에서 준비한 영상 상영이 있었다. 주민대표 이두관씨는 “노선이 우리마을을 관통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우리는 깜짝 놀랐다”면서 “자연 환경이 잘 보존돼 있고 평화로운 우리 마을에 철도 노선이 관통한다면 죽음으로 맞서는 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다음으로 사등면측이 제작한 2안(사등 노선) 타당성과 '거제역사(驛舍)는 사등이 적지'라는 취지의 영상 상영 후 주민대표인 임수환 전 시의원은 “거제 역사는 앞으로 10년, 100년 후를 내다봐야 된다. 사등면은 이미 부지가 준비돼 있다”며 “8km를 연장해 6340억 원이 더 들어가는 상문동에 굳이 거제 역사를 세우려는 의도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조정열 사등면 광리마을 대표는 “지난번 주민설명회 이후 우리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국가중요어업유산 8호인 자연산 돌미역 피해 우려를 제기할 때까지 국토부는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질타 후 “국토부의 피해 대책은 무엇이냐”고 따졌다.

주민대표들의 격앙된 질문은 이날 좌장인 을지대학교 권우택 교수의 패널간 토의 설명 이후에도 계속됐다.

거제면 주민대표는 자연환경 보전의 필요성과 굳이 서정리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6340억 원이 더 소요되는 상문동에 거제 역사를 지으려는 의도를 거듭 항의하고, 터널 구간에서 나오는 암 버럭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추가로 질문했다.

용역사 관계자는 “상문동까지 연장 할 경우 건설비용이 더 들어가는 건 맞지만 6340억 원은 아니다”며 “오늘은 어디까지나 2가지 대안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토론의 일환”이라고 답변했다.

상문동 주민대표인 박은기씨는 “요즘 상문동이 공공의 적이 된 기분”이라면서 국토부와 용역사를 향해 “상문동이 거제 역사로 확정된 것이 아닌데도 우리를 왜 이렇게 난처하게 만드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교량이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렵다면 해저터널 방식도 있잖아요. 아예 통영에서부터 터널을 확 뚫어버리세요”라고 말해 방청석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다른 주민대표가 “거제 시민만의 철도가 아니다, 천만 관광객의 도로”라면서 “지금도 꽉 막힌 상문동에서 앞으로 교통지옥을 겪지 말고 사등면을 역사 부지로 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상문동의 다른 주민대표는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 건설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라”고 국토부와 용역사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용역사 관계자는“사실 자연산 돌미역의 중요어업유산 지정 여부를 몰랐다. 그 이후에 대책을 세우고 있다”면서 “현재는 기본계획 단계에 있다. 오늘 나오는 여러 의견과 앞으로 상황을 감안해 최대한 노력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했다.

이런 과정에서 앞쪽의 한 방청객이 기자를 자처하며 갑자기 토론을 가로막고 발언권과 관련해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는 얘기를 주최측에 요구했다. 이러자 다른 방청객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앉으라"고 한 방청객과는 격한 언사를 주고받으며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가는 촌극도 빚어졌다.

다시 나선 사등면 광리마을 조정열 대표가 자연산 돌미역 피해를 줄이기 위해 “통영에서 거제까지 현수교가 가능한가”라고 질문하자, 용역사 관계자는 “철도 구조 역학상 세계적 선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노선과 거제 역사 위치가 언제 확정되느냐"는 질문에 국토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2023년 1월 착공과 2028년 완공 계획으로 잡고 있다”면서도 “상반기 고시를 계획하고 있지만 오늘 공청회와 다른 지자체에서 이어질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방영하면 다소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토부에서는 주무관 2명이 참석했다.

이후 난장판이 벌어졌다. 상문동 대표가 “U자형 물류수송로를 완성하기위해 가덕신공항으로 철도가 연장될 경우 상문동도 괜찮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이 끝나고, 용역사 관계자가 막 답변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이때까지 공청회장 밖에서 집회를 이어가던 거제면 주민들이 한꺼번에 밀고 들어왔다. 난입한 주민들은 “이 따위 공청회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 막쓸해라(그만해라)‘는 등 고함을 지르고 단상 앞쪽으로 이동해 피켓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항의를 이어갔다.

1시간50분 계획이던 공청회는 결국 여기까지였다. 더 이상 수습이 불가하자 국토부측은 서둘러 공청회를 마쳤고, 전문가로 참석한 패널들은 제대로 말도 한마디 못해보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만 했다.

한 시의원과 시민단체 관계자는 “오늘 공청회는 국토부의 준비 부족과 용역사의 성의없는 답변, 환경영향평가라는 방향성 등 세가지를 모두 잃었다”면서 “아무리 형식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라지만 이런 공청회는 하면할수록 시간 낭비”라고 혹평했다.

<공청회장 입구에서 KTX관통 반대를 주장하는 거제면 서정리 주민들이 시민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공청회 시작 전 청소년수련관 앞 마당에서 KTX 관통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거제면 주민들>
<공청회 도중에도 청소년수련관 마당에서 KTX관통 반대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거제면 주민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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