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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은숙] 플라스틱 연필꽂이 통

기사승인 2024.05.01  08: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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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은숙 / 前 도의원, 농어촌희망연구소 대표

초등학교 3학년 때 친척 어른으로부터 연필꽂이통을 선물 받았던 적이 있다.

연필을 꽂는 공간과 지우개를 두는 공간이 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예쁜 연필꽂이 통이었다. 그 선물을 받은 이후 여태까지 쓰던 대나무 통을 버리고 책상의 가장 한가운데에 두며 아꼈다.

당시에는 플라스틱 생활 소품들이 가장 대접을 받던 시절이었다.

90년대는 대우조선(현 한화오션)의 전성기였다. 대우조선에서 수주한 배 중에는 외국 해군의 전함도 있었다.

우리 가족과 교류하던 방글라데시 중령과 대령 가족도 해군 선주팀으로 와 있었다.

3년여를 보낸 후 진수식을 앞두고 귀국 준비를 할 때 그들은 친척과 지인, 이웃에게 줄 선물로 플라스틱 소품들을 사 모았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플라스틱 제품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었지만, 당시의 그들에게는 귀한 선물 축에 들었다.

지금은 환경오염의 주적으로 간주하는 재질이 당시에는 꿈의 재질로 인정받았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 플라스틱의 역사는 특이하다.

1860년경 영국에서 당구가 대유행이었는데, 당구공의 재료인 상아를 구하기 위해서 코끼리를 무차별적으로 포획하다 보니 멸종 위기에 처할 정도였다.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당구공의 대체 재질을 개발했다. 그 셀룰로이드가 바로 플라스틱의 시초였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받던 물질이 100년 후에는 ‘인류의 가장 위험한 발명품’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석유 화학제품인 플라스틱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탄소발자국의 위험을 깨닫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젠 공공선을 위해 절제된 최소 소비를 해야 할 때이다. 개인의 선보다는 공공선이 우선되지 않으면 인류 전체의 생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실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래를 위해서 당장 오늘을 팽개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배치되는 주장을 조정하고 합의해 최대 다수의 행복을 위한 결정을 도출하는 일은 정치의 몫이다.

국정과 도정, 시정도 당연히 이 정치의 본질을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정치 행위에는 정치적인 상대가 있지만, 최종 수혜 대상은 국민이다.

불통과 아집으로 권력을 휘두르면 국민의 저항에 부딪히게 되고 그 저항마저 짓누른다면 독재사회가 된다.

필자가 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장 시절,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교체하기 위해 집행부와 머리를 맞대고 진행했던 적이 있다.

어민들도 발포 스타이렌 수지로 만든 스티로폼이 플라스틱의 일종이고 스티로폼 부표의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충분히 알고 있다. 단지 교체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 뿐이다.

정부에서 500억 정도의 예산을 연차적으로 확보해 친환경 부표 교체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더라도 본인의 부담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다고 생산성이 향상되지는 않고 오히려 낯설어서 불편하기만 하므로 진행이 느렸다.

아직도 이 사업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는 과감하게 비용 전액을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탄소중립 관련 예산의 우선순위를 매길 때, 소외당하는 분야는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으로 예산을 배정받는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는 실제 농수산업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 어민들이 친환경 부표로 교체하면 생산성이 더 좋아지는 일은 없다. 환경을 보전하고 개선하여 공익을 얻자는 사업이라면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지방자치단체와 광역단체, 정부와의 매칭 사업이라면 당연히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런 자세는 비단 친환경 부표 교체 사업에 한하지 않는다. 예산의 우선순위를 공명정대하고 정의롭게 결정한 후 집행하되 대립하는 주장에는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조정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개입하여 성공적인 결론을 이끌기 위해서는 정치인이나 행정가는 당연히 현장을 잘 알아야 한다.

탁상행정인지 아닌지는 시민들이 더 잘 안다.

단적인 예로, 국회의원이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포획 어류의 변화를 알아야 관련법을 개정하든지 수정할 것이 아닌가.

정치인이나 시장 등 행정가는 군림하거나 권력을 행사하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낮은 자세로 현장의 소리를 경청하며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는 사람이다.

행사장에서 번지르하게 축사나 하는 정치인보다 현장을 잘 아는 정치인이 필요한 때이다.

거제저널 gjjn3220@daum.net

<저작권자 © 거제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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