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컷뉴스' 폭로→항소심 당선무효형까지 '총정리'...차기 시장 출마 후보군 본격 '몸풀기'
<박종우 거제시장이 23일 오후 항소심 선고 직후 법정 밖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박종우 거제시장이 23일 오후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당선무효형'이 유지됐다.
이날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제2형사부(재판장 허양윤 고법부장판사)는 창원지법 315호 법정에서 열린 박 시장의 공직선거법위반(매수 및 이해유도죄) 선고 공판에서 징역 4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했다.
박 시장은 아직 대법원 상고심을 남겨뒀지만, 거제저널은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이 사건에 대해 2022년 5월6일 첫 폭로성 보도 직후부터 전개된 검찰수사와 1, 2심 재판 과정을 되짚어보고, 향후 관련 전망을 정리했다.
◇ "돈 받았다" 매체 폭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6·1지방선거)를 약 한달 앞둔 2022년 5월6일 오전 '노컷뉴스'는 경남CBS발 [단독] 기사를 통해 '국힘 거제시장 후보측, 의원실 직원에 무더기 입당원서 받고 돈 줬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후보 선거 캠프종사자 A씨가 2021년 7월~12월 사이 거제에서 국민의힘 지역구 국회의원실 여직원 B씨에게 현금 수백만원을 건넸으며, 돈을 건넨 이유는 이름과 주소 등 개인정보가 담긴 국민의힘 입당원서와 SNS홍보 업무, 당원명부 제공 등의 대가였다는 의혹"이라는 취지였다.
취재진이 입수한 영상속에는 B씨측이 집 앞에서 A씨에게 돈을 건네고 A씨가 그 돈을 세는 장면이 나왔다. 또 'A씨와 B씨측 통화에는 돈의 구체적 액수와 선관위, 경찰, 명부, 입당원서 등의 내용이 곳곳에 등장한다'면서 녹취록 일부를 풀어서 보도했다.
보도된 대화 녹취에는 " '입당원서, 밥값 하라고 욕 봤다고 B씨에게 돈 준건데 계속 돈 줬다고 소문내는 거잖아', '여기서 그만 좋게 끝내자. 이 돈 안 받으면 선관위에 신고 한다', '200만 원 들고 경찰서로 갈 거다' 등의 말이 나왔다.
◇ 거제선관위, 검찰고발·수사→불기소
거제시선관위는 즉시 사실관계 조사에 나서 2022년 5월19일 국민의힘 박종우 거제시장 후보와 30대 남여 2명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에 고발했다.
수사에 들어간 검찰은 5월27일 오전 국회의원 지역사무소 30대 여직원의 자택과 컴퓨터, 자동차 등을 수색하고 휴대폰을 압수했다. 또 동시에 돈 전달자로 지목된 전 남친인 30대 남성의 자택 등에 대해서도 1시간 가량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후 검찰은 30대 남여에 대해 각 3~4회씩 소환해 조사를 벌였으며, 이들 중 30대 남성에 대해선 그 해 11월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어 검찰은 11월19~20일 박 시장을 소환 조사했으나, 11월30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 선관위 재정신청→6개월여 만에 '인용'
경남도선관위는 2022년 12월1일 박 시장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부산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재정신청'은 고소권자나 형법 제123조~제126조까지의 죄에 대한 고발권자가 검사로부터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통지를 받은 때에 그 검사 소속의 지방검찰청 소재지를 관할하는 고등법원에 그 당부(當否)에 관한 재정을 신청하는 것을 말한다(형사소송법 제260조).
법원이 재정신청을 인용하면 검찰은 반드시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고등법원의 판단 기한은 3개월이지만 강제 규정은 아니다.
이 재정신청은 6개월여 만인 2023년 6월13일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제1형사부가 '인용' 결정하면서 박 시장에 대한 정식 재판 절차에 들어갔다.
◇ 난감한 검찰 '백지구형'
앞서 박 시장을 불기소 처분했던 검찰은 법원의 재정신청 인용 후 공소 제기명령에 따라 공소장에 "박 시장이 30대 측근 등과 공모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대가를 제공하고 기부행위를 했다"고 공소사실을 적었다.
2023년 7월20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제1형사부 주재로 박 시장에 대한 첫 공판 준비기일이 열렸다.
이후 2차례 심리를 거쳐 같은해 10월23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여러 증거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유죄 증거가 명확하지 않지만, 법원의 공소제기 명령에 따라 기소된 만큼 재판부가 면밀히 살펴본 후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 달라"며, 일명 '백지구형' 의견을 냈다.
'백지구형'이란 검사가 피고인의 형량에 대해 특별한 의견이 없으니 법원이 형을 정해달라는 의미다. 대체로 재정신청 인용 사건이나 과거사 재심사건 등에서 간혹 검찰이 취하는 태도로, 무죄 취지와는 다르다.
이에 재판장이 놀란 듯 "무죄 취지로 보면 되겠나. 이런 구형도 가능한가"라고 묻자, 공판 검사는 "형사소송법상 가능하다"고 답변해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 1심 당선무효형
<박종우 거제시장> |
히지만 1심 재판부는 그해 11월30일 박 시장의 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죄' 선고 공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본인이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거나, 배우자와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등 선거관계자가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 무효가 된다.
◇ 달라진 검찰, '항소기각' 요청
검찰은 앞서 1심에서 당초 자신들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이 재정신청 인용으로 공소제기 명령된 사실을 의식한 듯, 박 시장에 대해 구형량을 밝히지 않은 일명 '백지구형'을 했다.
또 박 시장 측은 법리 오해에 의한 무죄 취지로 항소했으나,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그랬던 검찰이 예상과 달리, 지난 6월28일 열린 박 시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항소기각'을 재판부에 요청해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 쟁점과 항소심 판단
1·2심 재판은 줄곧 증거관계를 놓고 양측의 치열한 법리 다툼으로 전개됐다.
박 시장 측은 우선, 전 국회의원실 30대 여직원의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집요하게 따지고 들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나 1심 및 항소심 과정에서도 돈을 받은 장소나 당시 정황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못하는 점을 집중 공략했다.
30대 여직원은 지난 6월28일 박 시장 결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앞서 박 시장으로부터 받았다는 500·400만 원에 대해 받지 않았다고 증언을 번복해 재판부로부터 '증인이 현재 받고 있는 재판에서 유리한 정상 참작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박종우 시장은 2021년 7~10월까지 4회에 걸쳐 30대 지인 남성을 통해 SNS 홍보 제공 등의 대가로 연인 관계였던 30대 여직원에게 1차 300만 원, 2차 500만 원, 3차 400만 원 등 1200만 원을 건네고 여직원 사촌동생에게 100만 원을 각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박 시장이 2021년 7월 1차 300만 원을 여직원에게 제공한 부분만 유죄로 인정했다. 나머지 1천만 원은 전부 무죄로 판단해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박 시장은 300만 원조차 제공한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더 깐깐했다. 우선 1심이 무죄로 본 1천 만원에 대해선 검찰의 항소가 없었다며 다루지 않았다. 그러면서 200만 원을 받았다 돌려줬다는 여직원의 최초 진술이 일관된 점 등에 비춰 범죄금액이 300만 원이 아니라, 200만 원으로 봤다.
이 부분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된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30대 남성을 통해 30대 여직원에게 200만원을 제공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100만원을 제공한 사실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인정하기 부족함으로 사실오인의 주장은 일부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30대 여직원이 돈을 받았다는 금고 위치 등에서 일부 불명확한 진술을 했지만, 그것이 진술의 신빙성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박 시장 측에서 재판 내내 주장한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도 "정치적 의도라는 주장 역시 금품 제공 사실을 폭로하는 순간 자신도 돈 받은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에 무고할 동기가 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판결 취지는 2022년 5월6일 '노컷뉴스'가 최초 보도를 통해 공개한 영상 녹취록에서 여직원이 받았다가 부친을 통해 돌려준 200만 원이 유일하게 실체(보강증거)가 드러나 있는 이 사건의 '스모킹 건(결정적인 증거)'이라는 의미다.
결국 1·2심 재판부는 가공되지 않은 영상과 함께 '200만 원은 내 돈이 아니라 그 사람(당시 조합장인 박 시장)에게 물어봐야...' 라는 녹취록의 대화 내용 등, 이른 바 「오염되지 않은」 증거로서의 가치(능력)에 애초부터 유죄(당선무효형) 심증을 굳힌 것으로 풀이된다.
◇ 박 시장 항소심과 직결된 30대 여직원 '감형'
검찰은 2022년 11월 공직선거법위반(매수 및 이해유도) 혐의로 함께 수사를 받은 박 시장은 불기소하고, 30대 남여 2명만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2023년 5월11일 1심 선고에서 30대 남성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국회의원실 30대 여직원은 징역 6월에집행유예 2년과 1200만원 추징 명령을 받았다.
이후 30대 남성은 자신과 검찰이 모두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30대 여직원은 항소를 제기해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제1형사부(박 시장 재판은 제2형사부)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그의 공소 범죄사실은 박종우 시장과 직결되기 때문에 일찍부터 선고 결과가 관심을 끌었다.
지난 7월10일 열린 30대 여직원의 항소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200만 원을 받은 범죄사실을 수사 단계에서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자백하고 있는 점, 2021년 7월 당시 거제축협 조합장실에서 박 시장 등 3명이 함께 만나 박 시장이 현금을 꺼내 30대 남성에게 주는 것을 직접 목격한 점 등은 자백의 개연성이 객관적으로 뒷받침돼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여직원이 교부 받은 200만원은 인정되나, 나머지 500·400만 원을 받은 부분은 무죄로 봐 달라는 여직원 주장은 이유있다"면서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했다.
두 항소심 재판부가 비록 재판은 따로 진행하고 있었지만, 박 시장과 30대 여직원의 공소 범죄사실을 똑같다고 봤다. 따라서, 이미 지난 7월10일 해당 여직원의 항소심 선고를 통해 박 시장의 유죄 혐의도 사실상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당시 여직원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받아들였던 30대 전 남친이 주장한 1200만 원 출처에 대해선 신빙성이 낮다며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는 거제저널이 입수한 전체 판결문 35장 중 무려 18장에 걸쳐 증거 배제 이유를 조목조목 적시해 눈길을 끌었다.
◇ 상고심 전망과 재선거 여부·시기
이로써 2022년 6·1지방선거와 관련해 아직 상고심을 남겨둔 박종우 시장을 포함해 형이 확정된 박 시장 배우자 및 선거를 도운 30대 측근 4명(1명 무죄) 등 모두 6명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
박종우 시장 측(변호인 법무법인 화우 등)이 상고심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무죄 취지 '파기환송'이다. 만약 박 시장 측 희망대로 대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선고된다면 부산고법 창원재판부가 다시 맡아 심리하게 된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박 시장이 당초 거제선관위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받을 당시 '진술거부권' 불고지 등 일부 소송 절차상 흠결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선 참고인이라해도 향후 피의자 전환 가능성이 있는 피조사자에겐 모두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피의자성 참고인이었던 박 시장에게 당시 '진술거부권'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이는 해당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문제에 불과할 뿐이다. 초기 선관위 문답서는 수사 자료며, 이후 작성된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와 증거를 토대로 기소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증거관계나 소송 절차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실제 23일 박 시장 항소심 재판부도 당시 선관위 직원이 작성한 문답서의 증거능력 논란을 의식한 듯 판결문을 통해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못을 박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밖에 몇가지 사안을 놓고 박 시장 측이 상고심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 2심 판결문을 톺아보면 '법률심'인 상고심 특성상 별도의 사실관계를 다툴만한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게 지역 법조계 일반적인 견해다.
이런 가운데, 박 시장의 '당선무효형' 선고가 향후 상고심에서 확정될 경우 재선거 시기 역시 관심사다.
대법원에서 상고심 판결이 오는 2025년 2월28일 안에 나온다면, 내년 4월2일 거제시장 재선거가 실시된다. 현재로선 개연성이 가장 높다.
만약 내년 2월 이후부터 8월까지 대법원 판단이 나온다면, 내년 10월에 재선거가 있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2026년 6월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남은 기간이 1년이 안돼 재선거는 없다. 대신 부시장이 시장 잔여 임기를 권한 대행하게 된다.
◇ '몸풀기' 들어간 차기 시장 출마 후보군
박 시장이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이 선고되자 거제지역 정가는 술렁이는 모양새다. 특히 차기를 노리는 각 당의 후보군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에선 지난해 비대위원장이던 한동훈 현 대표가 '국민의힘 유책지역구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표명한 약속이 지켜질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중앙당 차원에서 이를 그대로 이행한다면 시장 출마 의향이 있는 국민의힘 소속 인사는 탈당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이와 함께 일부 자천타천 거론되는 현직 도·시의원들도 차기 지방선거를 2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굳이 '현직'을 버리고 출마를 강행하는 '모험'에 다소 꺼림직해 하는 분위기다.
현재 국민의힘에선 전기풍(58) 경남도의원이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도의원직 사퇴에 따른 보궐선거가 다소 부담이다.
지역 일각에선 일부 중앙부처 고위공무원이나 전직 공무원이 국민의힘 영입 케이스를 통한 출마설도 제기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인지도나 당선 가능성을 고려하면 뚜렷하게 떠오르는 인사는 없다.
개혁신당에서는 지난 지선과 총선에 연거푸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신 김범준(55) 당 대표 비서실장은 출마가 확실시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옥영문(63) 전 거제시의회의장과 옥은숙(55)·김성갑(52) 전 경남도의원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린다. 변광용(58) 전 시장도 거론되나, "중앙정치를 하겠다"고 언급한 지난 총선 당시와 최근의 발언을 뒤집고 재선거판에 뛰어들기엔 상당한 비판과 정치적 부담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수정 8.24 14:00→기사 재배열 및 일부 보강>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